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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08 19:42 수정 : 2008.06.08 19:42

사설

지난달 2일부터 서울시청 앞 광장을 밝히고 있는 촛불의 수가 갈수록 늘고 있다. 6일 시작된 72시간 연속 집회에선 20여만명(경찰 추산 6만5천명)이 보수세력의 방해를 무릅쓰고 서울광장과 세종로 거리를 빼곡히 메웠다. 집회 참여자들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애초 주축이 됐던 청소년들은 물론, 그들의 부모, 조부모 세대도 동참하고 있다. 또 농촌에서 올라온 농민에서부터, 유모차를 끄는 젊은 엄마들, 그리고 성형 카페 회원들까지 과거 시위에서 볼 수 없었던 이들도 속속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모든 세대, 모든 계층이 촛불을 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한 달 넘게 타오르고 있는 촛불은 새로운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촛불 현장과 그들이 속한 웹상의 공동체에서 이뤄지는 토론을 통해 스스로를 ‘머슴’이라 칭하는 이 정권이 주권자의 뜻을 어떻게 배반했는지 확인한 시민들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자명한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스스로 나섬으로써 직접민주주의를 구현했다. 수평적·민주적 의사소통을 통해 무장한 시민들은 경찰과 대치하는 과정에서도 지나치게 비장하지도, 처절하지도 않았다. 물대포에 맞서 비옷과 물총을 준비하고, 경찰이 체포하면 ‘닭장투어’를 즐기면서도 요구는 요구대로 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그러나 6일 밤부터 시위의 양상이 격렬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전경차의 유리를 파손하고, 쇠파이프를 드는 이들이 나타났다. 구호도 재협상 요구에서 이명박 정권 퇴진으로 바뀌었다. 상황을 이렇게 만든 일차적 책임은 국민의 평화적 요구에 철저히 귀를 막은 이명박 정권에 있다. 재협상을 요구하며 한달 넘게 평화적 시위를 벌였는데도 이 대통령은 6일 재협상 불가론을 되풀이했다. 그동안 밤샘 시위를 벌여온 시민들이 분노와 좌절감을 표시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번 시위가 다수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비폭력 운동이 갖는 도덕적 힘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권이 늘 폭력시위를 강경진압의 명분으로 이용해 왔던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폭력은 위험하다. 목표 달성이 그리 멀지 않은데, 정권에 빌미를 제공해 상황을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 당장은 답답하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비폭력 정신을 지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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