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09 20:47
수정 : 2008.06.09 20:47
사설
청와대 수석들이 지난주 일괄 사퇴서를 낸 데 이어 이르면 오늘 한승수 국무총리 등 내각이 전원 사퇴를 표명할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내각과 청와대 보좌진에 대한 인적 쇄신은 그 폭과 시점만 남는다.
여권의 현재 분위기는 청와대 보좌진은 대폭 교체하되 내각은 소폭으로 하는 쪽이라고 한다. 곧, 청와대 진용은 류우익 비서실장을 포함해 너덧 명의 수석을 교체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내각에서는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김성이 보건복지부 장관,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 논란이 됐던 장관 몇몇을 교체하는 선에 머물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한번 기용한 사람은 잘 바꾸지 않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특한 인사 스타일에다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생각해 내각 쪽은 될수록 손을 적게 대겠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한다.
아직도 그런 기류라면 정권 핵심의 대응이나 생각이 너무 안이하다. 지금은 통상적인 개각이나 청와대 보좌진 교체가 아니라 한 정권의 생사가 걸린 비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땜질식으로 몇몇 인물을 바꾸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되며,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정부 일각에서는 한꺼번에 너무 많이 바꾸면 국정 공백이 오느니 어쩌니 하면서 은근히 국민을 협박하거나, 총리나 대통령 비서실장 가운데 하나만 바꿔도 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번 여론을 떠보자는 속셈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정신을 못 차렸다고밖에 할말이 없다.
지금 수십만 국민이 연일 거리로 나와 ‘이명박 대통령 물러나라’며 정권을 규탄하고 있다. 게다가 대통령의 지지율은 10%대까지 떨어졌다. 내각제 국가였다면 사실 정권이 몇 번 바뀌고도 남았다. 이러한 위중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해답은 명백하다. 처절한 자기반성과 새 출발을 보여주는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해야 한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 100일의 실패에 책임이 있거나 국민에게 지탄받는 사람은 모두 바꿔야 한다. 지금은 국회 청문회 과정을 걱정하고 일순간의 국정 공백을 두려워할 때가 아니다.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이 국민에게 책임지는 길은 대폭적이고 전면적인 인적 쇄신밖에 더 있는가.
또 중요한 것은 누가 쇄신을 주도하느냐는 것이다. 이 일은 현재의 청와대 인사팀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이 누군가. 공직자가 갖춰야 할 윤리성이나 도덕성을 팽개치고 알량한 능력론을 내세워, 코드 인사를 주도한 인사 실패의 책임자들이다. 이들부터 바꾸지 않고서는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인적 쇄신은 이뤄질 수 없다. 이 대통령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인적 쇄신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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