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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상인들의 생계 터전도 고려해야 |
이달 말에 있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예고를 앞두고 지역 중소 상인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개정안은 할인점 등 대형 유통업체의 출점 규제를 더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할인점 입점이 예고된 강원도 태백의 상인들이 서울 시청앞까지 와 시위를 하고, 재래시장 상인들은 전국재래시장연합회(가칭)를 꾸려 집단으로 대응할 태세다. 대형 유통업체 규제를 촉구해 왔으나 더 완화되자 위기감이 더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외국 자본에 대응하고 소비자 편익을 높이기 위해 유통산업의 현대화·대형화는 대세라고 하더라도, 중소 상인들의 항변 역시 이유가 있다. 대도시는 물론이고 중소도시에까지 할인점이 들어서면서 이들이 생계 터전을 위협받고 있는 건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렇게 된 데는 정부의 유통산업 정책이 시장주의적 효율성에 치우친 탓도 크다. 대형 유통업체에 대해 인구가 일정 수준 아래인 곳에는 진출을 못하게 한다든지, 휴일이나 심야시간 영업을 제한하는 등 완충 장치를 두기도 하는 외국에 견주어, 우리는 중소 상인의 처지를 외면했다는 비판도 살 만했다.
1996년 유통시장이 개방된 지 10년이 다 돼 간다. 산업연구원 자료를 보면, 개방 이후 지난해 말까지 4인 이하 영세 소매상 가운데 약 8만 곳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물가 안정 등 유통산업 개방이 가져온 긍정적 효과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유통산업 개방 효과와 부작용을 종합 재점검한 뒤, 체계적인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규제를 완화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정부는 중소 유통업체나 상인들이 살 길을 모색해 지원하고, 필요하면 그 부분에서는 규제를 강화할 수도 있다고 본다. 대기업들도 동네 구멍가게에서 다룰 품목까지 파는 등 저인망식 영업전략을 재고해야 한다.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상생할 길을 찾는다면 이 문제는 한층 완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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