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12 19:49
수정 : 2008.06.12 19:49
사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반입을 차단하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추가협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오늘 미국으로 가 수전 슈워브 무역대표부 대표와 만날 예정이다. 김 본부장은 “실질적으로 국민이 걱정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그런 뜻을 갖고 최고 당국자인 통상장관으로 협의 채널을 격상한 것은 일단 진전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추가협상안은 국민의 요구와 기대에 한참 못미친다. 국민은 촛불시위를 통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수입 중단 조처를 취할 수 없도록 검역주권을 내준 것에 대해 준엄히 질타하고 바로잡으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광우병 감염 위험이 있는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뿐만 아니라 30개월 미만 쇠고기의 특정 위험물질을 철저히 막을 것을 요구했다. 검역주권 회복,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금지, 30개월 미만 특정 위험물질 금지는 최소한의 핵심 요구사항이다.
김 본부장은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 금지에 대한 의지는 보였지만 30개월 미만 소의 특정 위험물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부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은 크다. 김 본부장의 추가협상안은 국민이 제시한 모범답안으로 보면 알맹이가 빠진 것이다.
30개월이 넘은 쇠고기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가 추진하는 방식은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을 갖게 한다. 김 본부장은 “민간 합의가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집행돼 소비자들의 신뢰가 회복되도록 하는 게 목적이고,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입 위생조건은 손대지 않고 민간 자율규제를 정부가 뒷받침하는 방식을 강구하는 듯하다. 민간 자율규제로는 안전성을 100% 담보할 수 없다. 정부의 역할도 5개월여 남은 미국의 현정권이 끝나면 흐지부지될 수 있다. 협의과정을 지켜보겠지만 그런 까닭에 못미더워하는 것이다.
정부는 통상마찰을 우려해 협정문을 고치지 않는 우회로를 고집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재 우리 쪽이 추진하는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 금지는 사실상 한-미 쇠고기 협상 내용을 바꾸는 것으로, 재협상이나 다름없다. 정부가 실질적으로 국민이 걱정하는 요소를 제거하려면 수입 위생조건을 바로잡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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