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12 19:51
수정 : 2008.06.12 19:51
사설
촛불집회로 거대한 민심 이반에 맞닥뜨린 이명박 정부가 뒤로는 여전히 방송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그치지 않고 있다. 감사원이 시민·언론단체의 반대에도 <한국방송> 특별감사를 시작하는 등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 몰아내기 행보를 본격화했고, 한나라당도 방송 민영화와 신문·방송 겸영을 뼈대로 올해 안에 방송법을 개정하겠다고 서두르고 나섰다. 공영방송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을 겨냥한 압박임이 분명하다. 방송의 보도 방향을 제뜻대로 좌우하겠다는 생각에서 이런 일을 벌였을 것이니, 언론 민주화 역사에 눈감은 시대착오가 놀랍기만 하다.
촛불집회 현장에서 집중적인 규탄을 받았던 조선·동아·중앙일보도 정부를 지원하고 나섰다. 별다른 근거도 없이 방송의 촛불집회 보도를 편파적·선동적이라고 몰아붙이는 식이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정당한 의심과 문제제기를 ‘광우병 괴담’으로 매도하던 그 모습 그대로다. 이들 신문은 그러면서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 측근들을 <와이티엔>(YTN) 등 방송사와 주요 언론단체에 낙하산식으로 임명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선 약속이나 한듯 입을 다물고 있다. 5년 전 노무현 정권을 비판하던 서슬과는 사뭇 다르다.
언론 본연의 구실을 외면한 이런 모습은 잇속이 맞은 탓일 게다. 그러지 않아도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겠다는 신문·방송 겸영 허용이 이들 거대신문 정부 편들기의 배경 아니냐고 의심하는 이들이 많다. 사실이라면 ‘친정부 신문’이라는 표현도 부족하다. 장차 보수 일색으로 언론시장의 독과점 양상을 굳히려는 것이기도 하니, 위험하기 이를 데 없다.
촛불집회에 뜻을 모은 국민이 이런 방송장악 시도를 저지하겠다고 나선 것은 당연하다. 시민들은 감사가 진행 중인 한국방송 앞에서 이틀째 촛불시위를 열고, 인터넷에서도 항의를 계속하고 있다. 촛불의 대상이 미국산 쇠고기에서 다른 쟁점으로 번져가는 양상이다. 이명박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논란에 이어 또다시 시민들의 뜻을 무시하려 한다면, 역시 똑같은 낭패를 당하게 된다. 불순한 언론 장악 의도를 포기하는 것이 해법이다. 이와 함께 이런 일에 앞장서고 있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도 스스로 물러나는 게 마땅하다. 최 위원장은 정권 핵심의 비밀 모임에 참석하는 등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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