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13 19:04
수정 : 2008.06.13 19:04
사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거취를 둘러싸고 한나라당이 또다시 시끄럽다. 정두언·남경필·나경원 의원 등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이 이 의원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하자, 이 의원은 이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 대통령은 어제 “묻지마식 인신공격 행위와 발언이 걱정스럽다” 고 말했다. 고승덕 의원 등 일부 초선의원들도 이 의원 편을 들었다. 이전투구가 따로 없다.
‘형님 문제’가 불거진 것은 4·9 총선을 앞두고 지난 3월 이 의원의 사퇴를 촉구한 55명의 서명 파동에 이어 두 번째다. 그때나 지금이나 논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 의원이 인사 개입 등 권력을 사유화했느냐 여부다. 이 의원은 줄곧 “인사에 개입한 적이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한두번 ‘형님’의 영향력이 드러난 것이 아니다. 올해 초 국회 본회의장에서 건네받은 이력서의 당사자가 희망한 부처의 차관이 된 것, 전직 보좌관 두 명이 청와대의 핵심 실세 비서관이 된 것, 또 과거 코오롱그룹 사장 시절의 아랫사람이 국정원 기조실장이 된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얼마 전 <조선일보>의 정 의원 인터뷰에는 “너는 왜 내가 추천하는 사람은 안 쓰고 빨갱이만 데려다 쓰려느냐”는 이 의원의 말까지 나왔다. 상황이 이런데도 인사에 개입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둘째 논점은 이 의원의 정치적 구실이 도움이 되느냐다. 홍준표 원내대표나 차기 당 대표로 거론되는 박희태 전 의원 등은 이 의원이 대통령에게 막후 조언을 하거나 당내 혹은 여야간 갈등을 뒤에서 조정하는 구실을 할 것이라고 적극 옹호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정치를 광장에서 밀실로 후퇴시키는 일이다. 이 의원과 최시중 방통위원장 등 두 ‘형님’이 며칠 전 이 대통령을 만나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을 물러나게 한 일이 대표적 사례다. 더구나 이번에 드러났듯 이 의원의 존재 자체가 오히려 갈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이 의원의 사무실 등에는 그를 만나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라고 한다. 본인이 아무리 신중하게 처신해도 말이 나게 돼 있다. 그런데 이 의원은 물밑 실력자 노릇을 자임하고 있으니 말썽이 없다면 도리어 이상하다. 동생인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서나 본인을 위해서나 하루빨리 권력을 등지고 멀리 떠나는 쪽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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