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15 21:00
수정 : 2008.06.15 21:00
사설
어제 정부·여당이 긴급 당정회의를 열어 화물연대 파업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고통 분담 차원에서 운송료 협상에 적극 나서도록 화주와 물류회사에 촉구하고, 운송시장 구조의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한다는 게 대책의 뼈대다.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설 움직임을 보인 점은 일단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파업 사태에 임하는 정부의 태도나 그 의지가 여전히 미덥지 않다.
우선, 정부는 왜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러서야 대책 마련에 나서는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화물연대의 파업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경유값 폭등과 낮은 운송료 등으로 화물연대가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려 있다는 사실도 다들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를 사실상 수수방관함으로써 화물연대는 파업에 돌입했고, 우려했던 물류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가 이런 상황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이유는, 이 문제를 화주와 화물차주 당사자의 문제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개입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런 식의 핑계를 대는 것은 대단히 무책임하다. 정부는 어떤 사회집단이 목소리를 내면 파국으로 가기 전에 관련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최적의 결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정부의 갈등조정 능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당정이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선다고 했지만 이것이 과연 제대로 지켜질지도 의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사태가 최악의 상태에 이르면 허겁지겁 몇 가지 대책을 내놓곤 했다. 그러다가 잠잠해지면 그때 했던 약속들을 이런저런 구실을 대며 미루다가 모른척하기 일쑤였다. 화물연대 파업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3년 파업 때 이미 문제점들이 다 드러났고, 해법도 제시됐다. 하지만 그 뒤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다가 결국 이번에 똑같은 사태를 맞은 것이다.
정부는 이번에도 이런 식의 미봉책으로 사태를 수습하려 해선 안 된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운송료 현실화와 표준요율제 등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중간에서 운송료의 30~40%를 떼가는 전근대적인 수임체계는 확실하게 뜯어고쳐야 한다. 똑같은 양상의 화물연대 파업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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