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16 20:54
수정 : 2008.06.16 20:54
사설
이명박 대통령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회동을 계기로 ‘보수대연합’론이 떠오르고 있다. 보수세력이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자는 게 핵심 논리다. 두 사람의 만남에서 자유선진당 소속 심대평 의원을 국무총리로 발탁하는 방안이 논의됐을 것이라는 추측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이회창 총재의 소극적인 태도로 보면, ‘심대평 국무총리’가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한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심대평 카드’의 현실성 여부가 아니다. 더 본질적인 사안은, 보수 결집을 통해 지금의 어려움을 벗어나려는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인식이다. 이런 인식의 밑바탕엔 최근의 시국을 ‘진보 대 보수의 대결’로 보는 시각이 자리잡고 있다. 보수 언론과 논객들이 앞다퉈 “진보 세력은 결집해 정부를 흔드는데, 보수세력은 이명박-박근혜-이회창으로 갈려져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고 질타하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이런 인식은 현실을 잘못 읽어도 한참 잘못 읽은 것이다. 40여 일의 촛불집회는 특정 정치세력이 조직적으로 주도해 지탱되는 게 아니다. 여기서 진보냐 보수냐는 중요하지 않다. ‘생활정치’란 신조어가 생긴 건, 먹을거리 문제를 매개로 일반 국민의 항의가 자발적으로 조직화됐기 때문이다. 촛불집회의 이런 측면을 보지 못하고 이념이란 낡은 잣대로 재단하려고만 하면 시대에 뒤떨어질 뿐이다. 잘못된 인식을 바탕으로 한 ‘보수대연합’이란 방책이, 위기를 해결하기는커녕 더 악화시키리란 우려를 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이명박 정부 위기의 본질은 ‘믿음’의 훼손이다. ‘실용’을 내세워서 집권했던 이 정부가 실제 정책 운용이나 인사에선 과거 보수 정권들보다 훨씬 한쪽으로 치우친 모습을 보이는 점에 국민은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위기 탈출의 해법도 여기에 있다.
지금은 보수대연합을 외칠 시기가 아니다. 선거 때는 간혹 그런 전술이 유용할 수 있겠지만, 국정 운영에선 아니다. 오로지 보수 진영의 지지만 바라보고 대내외 정책을 밀어붙였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실패가 이 대통령에겐 반면교사다. 통합을 추구하지 않는 대통령은 성공할 수 없다. 인사도 그런 인식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보수세력을 겨냥하기보다, 폭넓은 국민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인사를 국무총리로 발탁해야만 인사 쇄신의 효과를 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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