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16 20:55
수정 : 2008.06.16 20:55
사설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단이 귀국길에 올랐다가 갑자기 협상을 연장하기로 하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다. 정부는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지만 결렬은 아니며, 서로 만족할 만한 해법을 도출하는 데 협조하기로 했다고 한다.
한국과 미국 두 나라 정상은 지난 7일 전화 통화에서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 교역을 금지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렇지만, 기술적 해법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쪽은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 수출을 막는 실효적 방안으로 정부 보증, 곧 수출증명을 요구했지만 미국은 국제 통상규범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난색을 보였다고 한다. 미국은 민간 업체 사이에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태도라고 하니 초조한 우리 협상단과는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다.
협상단이 귀국을 미루고 협상을 계속할 경우 기술적 문제에 좀 더 의견접근이 이뤄질 수도 있지만 ‘재협상에 준하는 추가협상’은 어림도 없어 보인다. 미국이 한-미 쇠고기 협상의 수입 위생조건에 한 획도 손대지 않는 것을 전제로 협상단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쪽도 추가협상이란 표현을 썼지만 결국 민간 자율규제에 논의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하다. 애초부터 큰 기대를 하지도 않았지만 그러한 협상 태도는 국민의 바람과는 거리가 멀다. 국민이 한 달 넘게 촛불을 밝히며 요구한 것은 검역주권을 되찾고 쇠고기의 안전성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그러려면 근본적으로 잘못된 수입 위생조건의 몇몇 독소조항을 바로잡는 길밖에 없다. 정부는 여전히 길을 두고 산으로 가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답답한 것은 정부가 재협상을 하면 큰일이 날 것처럼 수세적인 자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정부 여당 안에서도 재협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 출범 이후 일방적이고 정당화되지 않은 무역 보복조처는 금지됐다. 우리가 득을 보자는 것도 아니고 바로잡자는 것이므로 파장은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 미국도 상대국에 재협상을 요구한 사례가 종종 있다.
쇠고기는 우리가 사주는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아니면 국민의 영양결핍이 우려된다면 모를까, 그런 것도 아닌데 물건을 파는 쪽에 끌려가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을 대표하는 정부라면 발상을 바꿔 당당하고 과단성 있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 그래야, 미국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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