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17 21:00
수정 : 2008.06.17 21:00
사설
민주당이 다음달 6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오늘부터 본격적인 경선 활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영남지역 위원장들이 불균등한 대의원 배분 등을 문제 삼아 전당대회를 거부하기로 하는 등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전당대회가 축제는커녕 자칫 반쪽짜리가 될지도 모를 상황이다. 한마디로 무기력·지리멸렬이 민주당의 최근 모습이다.
이는 당 지도부가 당력을 모으기보다는 자기 세력 모으기에 열중하는 등 계파다툼에 급급한 탓이다. 손학규·박상천 두 공동대표 쪽 사람들이 ‘균형 있게’ 포진한 조직강화특위는 지역위원장을 선정하면서 원칙과 기준을 바꾸기 일쑤였다. 이 때문에 손학규계나 옛 민주계 인사들은 지난 총선 예비경선 탈락자까지도 손쉽게 자리를 차지했으나, 영남의 친노 쪽 인사들은 뚜렷한 이유도 없이 탈락했다. 오죽하면 손·박 두 사람이 정통 야당을 하루아침에 다 말아먹는다는 얘기가 나오겠는가.
국회 등원론 논란도 개념 없는 당 지도부의 행태를 잘 보여준다. 국회에 들어가서 싸울지 당분간 원외투쟁을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은 내부적으로 치열하게 고민할 일이지 바깥에 대고 떠들어 지도부의 갈등을 드러낼 일이 아니다. 더구나 등원 방법이나 시기 등은 원내대표가 결정할 사안이다. 당 대표가 독단적으로 등원하자고 주장하면서 원내대표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조직이 제대로 굴러갈 리 만무하다.
이런 내부 다툼에 힘을 쏟다 보니 정작 중요한 민생문제에는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 화물연대와 건설노조 파업 등 노동자들의 생존투쟁 현장에 가서 의견을 수렴해서 정책으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을 찾을 수 없으며, 고유가와 곡물가 상승, 쇠고기 수입 등에 관한 제대로 된 정책 대안도 내놓고 있지 못하다. 국민이 주도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해 기껏 ‘곁불’만 쬐고 있을 뿐이다.
국민의 태반은 지금 제1야당인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있는지도 잘 모르고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이 국민의 관심권 밖에 있다는 얘기다. 여권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는데도 민주당 지지도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정당으로서 심각한 위기다. 문제는 당 지도부가 이러한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체질을 바꾸지 못하면 민주당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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