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18 19:36
수정 : 2008.06.18 19:36
사설
화물연대 파업 사태를 정부가 악화시키고 있다. 정부는 엊그제 운송비 일부 절감책과 감축차량 매입안을 내놓고는 더는 대책이 없다며 강경 대응으로 돌아섰다. 화물연대의 핵심 요구사항인 표준요율제 법제화와 노동자 신분 인정, 불법 다단계 개선 등에 대해선 정치투쟁이라고 몰아붙이며 아예 귀를 닫고 있다. 어떻게든 머리를 맞대고 실타래를 풀어야 할 정부가 협상 중에 강공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하지하책이다. 2700억원이 들어가는 정부 지원책은 장기적으로 화물차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수는 있어도, 당장 고유가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화물차주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해결 방안이 못 된다.
화물연대 파업은 그동안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쌓여온 문제가 한꺼번에 터진 것이다. 다단계 하청이나 불법 하도급 같은 전근대적인 구조 위에서 화주나 사업자와 직접 교섭할 수 없는 현실이 문제를 키웠다. 단체교섭권이나 단체행동권이 없는 상태에선 화주나 운송업체들은 파업 같은 특수상황이 아니면 화물연대의 요구에 조금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런 까닭에 파업을 벌이며 표준요율제 법제화와 노동자 신분 인정 등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노동자성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며, 표준요율제와 다단계 하도급 구조개선에 대해서도 원론만 되풀이하고 있다. 노동부도 단지 노동자 신분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들의 절박한 요구에 눈을 감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올해 들어 “유가 상승분을 화물 운송요금에 적정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규정을 신설한 것과 대비된다. 고유가로 말미암은 비용 증가분의 50~60%는 화주가, 나머지는 화물차 업자가 분담하도록 측면지원해 순항을 하고 있다고 한다.
포스코, 글로비스 등 몇몇 업체들이 운송료 협상을 타결짓거나 협상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전경련을 비롯한 재계는 뒤로 숨지 말고 고통을 분담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화물연대에 대한 경유값 지원 확대는, 세금을 직간접적으로 화주 기업들에 지원하는 셈이다. 삼성·현대·엘지·에스케이 등 주요 그룹들은 물동량이 절반 이상이지만 상대적으로 피해가 크지 않아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고 한다. 물류시장에서 우월적 지위와 가격 결정권이 있는 대기업들이 협상 자리에 나서서 대승적 차원에서 타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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