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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20 20:11 수정 : 2008.06.20 20:11

사설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가 어제 단행됐다. 대통령 비서실장을 포함해 전체 9명 가운데 정무수석에서 국정기획수석으로 자리를 옮긴 박재완 수석과 이동관 대변인 2명을 뺀 7명이 교체됐다. 시기적으로 출범한 지 넉 달이 채 안 된 점이나 교체 폭으로 볼 때 유례가 없다. 그만큼 현 상황을 엄중하고 다급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애초 유임이 유력했던 이주호 교육수석을 안팎의 비판을 고려해 전격적으로 교체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신임 수석들에 대한 도덕성과 자질 등 개개인에 대한 검증은 앞으로 철저하게 이뤄져야겠지만, 신임 참모진의 면면에서는 일단 1기 때와 같은 ‘오만’과 ‘독선’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강부자’ ‘고소영’ 인사를 피하고, 해당 분야에서 나름의 경륜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찾으려고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정치인 출신을 정무수석과 신설된 홍보특보에 기용해 정치권 및 국민과의 소통에 노력하려고 한 부분도 초기와 대조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인재 등용의 폭을 더 넓히지 못한 점은 유감이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대통령과 가까운 곳에서 인물을 구하는 데 그친 감이 있다. 정정길 신임 비서실장은 대통령과 오랜 친구 관계이며, 박형준 홍보특보 내정자는 선거운동 참모 출신, 정동기 민정수석은 도곡동 땅 수사 때 이 대통령의 손을 들어준 사람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청와대 비서실장에 또다시 검증되지 않은 학자 출신을 기용한 점이다. 정 비서실장은 공무원 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고는 하지만, 다양하고 복잡한 의견을 수렴해 정치적으로 판단하는 정무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대통령에게 싫은 소리를 할 수 있는지 등등이 의문이다. 외교안보수석을 미국통인 외교부 출신 관료를 임명한 것도 걱정스럽다. 그러잖아도 현 정부는 미국에 편중된 외교정책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긴장시키는 등 외교에서 뒤뚱거리고 있으며, 특히 남북관계에서는 뒷걸음질만 계속해 왔다. 남북관계가 개선될 기미가 안 보인다.

앞으로 있을 내각 개편과 국정운영에서는 이러한 점들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지금 ‘장관을 자주 바꾸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한가한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국정 기조를 확실하게 바꿨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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