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20 20:12
수정 : 2008.06.20 20:12
사설
화물연대가 운송료 30% 인상 요구안보다 낮은 19% 인상과 최저임금을 법으로 정하는 표준요율제의 내년 시범실시에 합의하고 1주일 만에 파업을 풀었다. 애초 우려와 달리 비교적 단기에 파업이 타결돼 다행이다. 화물연대와 화주가 서로 양보하고 고통분담에 합의한 덕분이다.
그러나 언제든 파업이 재연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이번에는 꼭 해묵은 과제를 풀어야 한다. 추가적인 유가 인상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운송료 19% 인상은 급한 불을 끈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경유값 상승 부담을 화물차주가 홀로 떠안지 않도록 일본처럼 유가 연동제를 도입해 고통을 나눌 필요가 있다.
파업의 도화선은 경유값 급등이지만, 하청과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알선구조와 공급과잉에 따른 덤핑운행 같은 기형적 구조가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2006년 기준으로 운송업체는 6천곳인데 주선업체는 1만1천여곳에 이른다. 이처럼 단계가 복잡하다 보니 화주가 지급한 운송료의 60~70%만 실제 운전자에게 돌아가고 30~40%는 중간에서 샌다고 한다. 다단계 알선구조를 없애 화주와 차주로 운송구조를 단순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정부는 다단계 운송구조 개선과 표준요율제 법제화, 화물차 감차 등의 구조개선을 약속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번 기회에 물류시스템의 재검토를 통해 근본적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의지를 갖고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도 화물연대가 파업에 들어가자 정부가 구조개선을 약속했다가 지키지 못하고 흐지부지했던 기억이 있다. 파업이 잠잠해졌다고 연구 용역, 내부 검토 따위로 세월만 보내다가는 더 큰 화를 부를 것이다.
이번에 경유값 폭등으로 생존권을 위협받은 화물차주들이 파업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리고 파업이 예고됐는데도 정부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화주와 화물차주 당사자의 문제로 미룬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갈등조정 역할이 필요한 일에 그런 태도를 취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화물차주는 정작 노동자 신분이 아니어서 운송회사와 상시 교섭을 할 수도 없다. 이들이 교섭력을 갖고 자체 해결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도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 화물차주들은 원래 노동자였는데 사용자가 규제와 부담을 피하고자 고용 형태를 바꾸면서 처지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