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23 21:41
수정 : 2008.06.23 21:41
사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주 특별 기자회견에서 “물가를 안정시키고 민생을 살피는 일을 국정의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유임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제가 어렵다고 장관을 바꾸면 한 달에 몇 번씩 바꿔야 할 것이란 이 대통령의 고충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팀 수장을 바꾸지 않으면 내각 쇄신의 의미가 퇴색하고 민생을 제대로 살피겠다는 약속도 흔들릴 상황이다.
우리 경제가 어려워진 데는 외부 악재 탓도 있지만 강만수 경제팀의 책임이 크다. 강 장관은 지난 3월 취임 이후 원유·곡물 등 국제 원자재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상황에서도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수출 촉진을 위한 고환율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물가 불안이 심각해져 서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 원자재 값이 오른데다 환율까지 올라 수입물가가 폭등했기 때문이다. 성장률은 내수 침체 등으로 올해 6%는커녕 4%를 내다볼 정도로 떨어졌다. 게다가 감세, 규제완화 등 부유층 위주의 정책으로 양극화까지 깊어져 경제 성적표는 낙제점이다.
세계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고 수출이 고용창출 등 내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무리한 정책을 편 탓이다. 그런데도 70~80년대식 성장 만능주의에 빠져 독선적 경제운용을 고집했다. 한국은행과 금리 등 거시경제 정책의 방향을 둘러싸고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켰으며, 추경예산 편성 여부를 놓고 여당과도 정면으로 충돌했다. 시장주의와 관치 사이를 오락가락함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것도 감점 요인이다.
강 장관은 최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정책 최우선 순위를 물가안정에 두겠다며 뒤늦게 정책 선회를 선언했다. 문제는 정책 수단 이전에 방향과 철학이다. 지금 우리 경제의 당면 과제는 성장률이 아니라 양극화다. 수출 대기업과 부유층, 성장에 편중된 정책에서 벗어나 저소득층 서민과 중소기업, 그리고 고용을 중시하는 정책으로 대전환을 해야 한다. 개인의 유무능을 떠나 대통령이 성장에서 물가로 정책기조를 바꿨다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성향의 인물을 기용하는 게 순리다.
새로 임명된 박병원 경제수석과 강 장관은 자기 색깔이 뚜렷해 서로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정책 혼선을 막기 위해서도 조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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