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26 20:41
수정 : 2008.06.26 20:41
사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정부와 국민들의 갈등이 끝내 충돌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새로운 위생조건의 고시를 예고한 25일 밤, 서울 중심가에선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격렬한 충돌이 빚어졌다. 간혹 위태로운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두 달 가까이 평화적으로 진행돼 온 촛불집회는 이제 전환점에 다다른 듯하다. 촛불을 밟아 강제로 끄려는 경찰과, 이에 저항하며 몸부림치는 시위대의 막다른 대결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충돌의 직접 원인이 시위대 쪽에 더 있는지, 아니면 전경들의 강경진압에 더 있는지를 세세히 가리는 건 두 번째 문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사태를 이 지경까지 오게 하고 갈수록 충돌을 격화시키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에 있다. 현정부가 진정 ‘우리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자부한다면, 좀더 시간을 갖고 협상결과에 실망하고 분노하는 국민들을 설득하는 게 옳다. 하지만, 지금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정부의 관심은 국민들을 달래고 소통하는 것보다는, 시위 참가자들을 최대한 고립시켜 조기 진압하는 데만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위 현장에서의 진압방식뿐 아니라, 인터넷에 재갈을 물리고 자발적인 소비자 운동에까지 검찰 칼날을 휘두르는 행태를 보면 그렇다.
민주사회에서 집회와 시위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그러나 그런 당위만으로 국민의 정당한 외침을 외면하는 정부 태도가 합리화될 수는 없다. 민주주의를 내세우는 나라들이 그 어떤 가치보다도 ‘표현의 자유’를 중요하게 헌법에 담고 있는 이유는, 그것이 민주주의의 가장 본질적인 측면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외칠 때 정부는 그걸 듣고 답해야 한다. 정부는 시위대가 광장을 포기하고 차도로 내려선 것만 문제를 삼지, 자신들의 요구에 답을 듣지 못한 시민들의 절박감은 생각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뼈저린 반성’이 1주일을 채 넘기지 못했다는 많은 국민의 평가엔 별 관심을 두지 않는 듯하다.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촛불을 끌 수는 있을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전경과 시위대의 극한 충돌의 책임은 이명박 정부가 져야 한다.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은 정부의 책임은 그 어느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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