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26 20:42
수정 : 2008.06.26 20:42
사설
조선·중앙·동아일보(조중동)가 어제 일제히 <문화방송> 시사프로그램 ‘피디수첩’을 공격하고 나섰다. 세 신문이 입을 맞춰 한목소리를 내는 게 이번만은 아니다. 얼마 전에도 광우병 위험을 경고한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을 인신공격에 가깝게 대놓고 비난했다. 이번에도 마구 몰려가 물어뜯는 형국이다. 여기에 한나라당 지도부도 쇠고기 정국의 책임이 피디수첩에 있는 양 거들고 나섰다. 스스로 졸속 협상임을 자인하고서도 이런 책임 전가를 하고 있으니, 조중동의 집단 폭력에 손을 빌려준 게 된다.
따지자면 조중동의 비난은 지나칠 뿐 아니라 터무니없는 것이다. 이들은 ‘피디수첩’ 4월29일치 ‘미국산 쇠고기 과연 안전한가’가 주저앉는(다우너) 소를 두고 ‘광우병 소’라고 한 게 의도적 오역이고 왜곡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소가 주저앉는 것은 광우병의 대표적 증세다. 미국 농무부가 지난 2월19일 캘리포니아산 쇠고기 6만4350톤을 리콜한 것도 그런 가능성 때문이다. 당시 조중동이 스스로 그렇게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다우너 소의 경우 식중독균이나 광우병 등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아”라고 했고, <동아일보>는 “규정상 다우너 소는 식용으로 사용될 수 없다. 광우병에 감염될 위험성이 일반 소보다 높기 때문이다”라고 보도했다. 피디수첩도 그런 위험을 지적한 것이다. 이미 이 문제로 말을 바꾼 전력이 있는 조중동이 또다시 과거 자신의 말을 뒤집으면서까지 방송 흠집 내기에 열중하는 모습은 꼴사납다.
제작 의도를 문제 삼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 개방하기로 한 때는 대규모 리콜 사태가 벌어진 얼마 뒤다. 최근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광우병 의심환자까지 발생한 마당이었다. 그런 때 피디수첩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이 광우병 위험에서 안전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고 지적한 것은 언론의 당연한 책무를 다한 것이다. 그런 문제의식은 제대로 된 언론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문제의 본질은 광우병으로부터의 안전이고, 국가가 그런 책무를 다했느냐는 점이다. 그런데도 조중동이나 한나라당이 지엽적 문제를 놓고 본질을 호도하려 한다면 그 의도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조중동의 지금 주장대로라면 애초 쇠고기 협상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얘기일 수 있다. 조중동은 이것부터 먼저 분명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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