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26 20:43
수정 : 2008.06.26 20:43
사설
북한이 어제 핵 신고서를 6자 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했다. 미국도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빼고 적성국 교역법 제재에서 풀겠다고 발표했다. 동결과 불능화를 거쳐 폐기에 이르는 ‘북한 핵문제 해결 3단계’ 가운데 두 번째 단계의 끝 부분이다. 마라톤에 비유하면 반환점을 도는 형국이다. 2005년 9·19 공동성명과 2007년 2·13 합의에 이은 중요한 성취다.
여기까지 오는 데는 미국과 북한의 의지가 큰 몫을 했다. 특히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를 수석대표로 하는 미국 협상팀의 노력이 두드러진다. 이 팀은 북한의 우라늄농축 프로그램과 대외 핵 협력설 등을 둘러싼 미국 안팎의 논란을 가라앉히고 협상을 진전시키는 데 핵심 구실을 했다. 오늘 있을 북한 영변 핵시설 냉각탑 폭파 생중계라는 이벤트는 그런 노력의 하나다. 북한이 핵 불능화 이행과 신고서 관련 협상에서 보여준 전향적 모습도 평가할 만하다. 북한이 이른바 ‘전략적 결단’(핵 포기)에 한발짝 더 다가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앞으로의 전망이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선 본격적인 3단계 진입에 앞서 신고서 내용을 검증하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미국 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져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몇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와 여전히 납치 문제에만 집중하는 일본 또한 협상 동력을 약화시킬 요인이다. 핵 폐기 범위·절차·대가, 북-미 및 북-일 관계 정상화, 한반도·동북아 평화체제 구축 등을 포괄하는 3단계의 이행 계획을 짜는 것도 쉽지 않다.
6자 회담이 지난 몇 해 동안 우여곡절을 겪은 것은 서로 의도와 실천 의지에 대한 불신이 컸기 때문이다. 2단계의 끝까지 온 지금 이런 불신은 어느 정도 극복됐다. 이제 각국은 협상 과정에서 상당한 탄력성을 보인다. 6자 회담의 논의 수준을 높일 현실적 여건이 갖춰진 셈이다.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신뢰를 키워나간다면 회담이 이전보다 잘 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럴 때 6자 회담 참가국들에 중요한 것은 공통의 목표 의식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는 태도다. 특히 우리나라는 새 정부 출범과 더불어 잃어버린 주도적 구실을 서둘러 회복해야 한다. 앞으로 가야 할 절반은 지나온 절반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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