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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법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라 |
여야의 막바지 협상으로 윤곽이 드러난 과거사법안이 국가보안법 피해자를 조사한다거나 과거를 밝히는 데 되레 걸림돌이 되는 조항들을 담아, 시대착오라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법안 통과를 막겠다고 나서고 있다. 진실규명을 통한 화해와 통합을 목적으로 만드는 과거청산 기본법이 당략에 따라 큰 굴절을 겪고 있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조사범위와 관련해 한나라당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적대적인 세력 또는 이에 동조하는 세력에 의한 테러·폭력·학살·의문사”를 넣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른바 ‘이적단체’의 ‘반국가행위’ 등 과거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재조사하자는 것이다. 이는 공권력과 국가폭력에 의해 피해를 본 사건을 조사한다는 법의 취지에 어긋난다. 또 과거 보안법으로 피해를 본 민주인사에게 이중삼중의 상처를 줄 가능성도 다분하다. 과거사법이 ‘제2의 국가보안법’이 되는 셈이다.
또 이 경우 정작 조사가 필요한 친일분자나 국가폭력 자행자에 대한 조사는 좌우 형평이니 하는 거래로 제외되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온전한 진실 규명은 기대하기 어려우며, 조사의 신뢰도 얻기 어렵다. 이념 대립으로 국론이 갈릴 수도 있다. 그런데도 열린우리당은 합의가 중요하다며 ‘폭력’ 등 일부분을 삭제하는 정도로 타협하려 한다. 이는 폐지 당론의 보안법을 다시 부활하는 작태로, 도대체 무엇을 위한 과거사법인지 알 수 없다.
두 당은 조사위의 권한을 약화시키고, 조사대상조차 ‘재심사유’라는 조건을 달아 제한했다. 잘못된 과거사에 큰 책임이 있는 한나라당이 참회하기는커녕 훼방놓기로 임하는 것은 유감스럽다. 밀실야합을 통해 눈가림식으로 일관하는 열린우리당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럴 것이면 아예 법을 만들지 않는 것이 낫다. 국민이 눈을 부릅떠 지켜보고 있다. 여야는 바른 자세로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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