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02 19:43
수정 : 2008.07.02 19:43
사설
정부가 하반기에는 물가 안정, 민생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성장률은 4%대 후반으로 낮춰잡고 물가는 4.5%를 억제 목표로 제시했다. 엊그제 한국은행은 하반기 성장률이 3%대에 머물고 물가는 5%대로 뛸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판에 정부가 ‘나 홀로 6%’ 성장 목표를 접고 현실성 있는 전망치로 근접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물가 안정과 민생 안정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여서 이를 우선시하겠다는 것은 반길 일이다.
정부는 경기 부양은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고 물가 안정을 위한 통화정책은 경기 둔화를 가속화할 수 있어 미시 대책을 마련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공공요금 동결, 재래시장 공동상품권 도입, 청년인턴 지원제도 신설 등 눈에 띄는 정책도 세세한 것들이어서 실제 큰 변화는 없을 듯하다. 정부 쪽도 “이번 대책의 가장 큰 것은 6·8 고유가 대책을 차질없이 수행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정부가 자기반성 없이 지표를 슬그머니 낮춰잡은 건 실망스럽다. 정부는 국제 원자재값 급등으로 물가가 상승하고 내수 부진이 심화했다고 대외여건을 탓했다. 그렇지만, 물가가 급등하고 내수가 침체된 데는 정부의 고환율 정책에 적잖은 책임이 있다. 정책 실패를 진솔하게 인정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정책기조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우리 경제의 심각한 고질은 양극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 기업과 내수기업, 부유층과 서민층, 서울과 지방 사이 선순환 고리가 끊기고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이런 판국에 과거식으로 성장률만 높이면 일자리도 늘어나고 과실도 나눠질 것처럼 하다 보니 중소기업, 자영업자, 서민들이 더 큰 어려움에 빠진 것이다.
정부가 최근 시위로 불확실성이 확대 재생산됨으로써 투자가 부진하고 대외신인도가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한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정부가 그런 말을 함부로 해선 안 된다. 촛불은 1% ‘강부자’를 위한 정책을 펴다간 한쪽이 마비된다는 것을 경고하고 서민 위주의 정책으로 바꿀 것을 요구한다. 잘못된 정책기조와 경제운용이 문제를 키운 만큼 경제팀의 쇄신과 경제 민주화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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