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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03 21:18 수정 : 2008.07.03 21:18

사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인터넷상의 조선·중앙·동아일보 광고 불매 운동 게시글에 대해 일부 삭제 결정을 한 것을 두고 파문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결정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데는 학계와 법조계 다수가 공감한다. 방통심의위가 법률 전문가 다수의 반대와 절차적 흠을 무릅쓰고 결정을 강행했다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애초 논란의 초점이 된 것은, 방통심의위에 이런 결정을 할 권한이 있느냐는 점이었다. 곧, 문제된 게시글들이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7에 따라 심의위가 심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불법정보’인지 여부다. 다수 법률 전문가들은 심의위 회의에서 그렇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한다. 민변 쪽 참고인은 이 조항에 따른 심의 대상은 음란물이나 국가기밀 등 표현 자체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들인데, 이번처럼 ‘그렇게 하자’는 주장은 그렇지 않아 불법정보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게시글의 업무방해 여부에 대한 판단도 심의위의 권한 밖이라는 것이다. 형사법학회 쪽 참고인도 게시글이 형법상 업무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심의위가 이를 이유로 삭제 등의 조처를 취하도록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참고인 가운데 대한변협 쪽만 게시글에 대한 임의차단 조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그때도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피해가 명백히 입증되는 경우”에 한해 신중한 검토와 절차의 공정성 등을 확보하는 게 먼저라고 권했다. 심의위는 이런 권고조차 무시했다.

그러지 않아도 심의위가 방송통신망법의 위헌적 요소와 절차적 한계를 피하고자 그보다 하위 법규인 정보통신윤리 심의규정을 무리하게 적용하는 바람에 결정 절차에 흠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결정이 법적으로 따라야 할 것인지 여러모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에서도 방송이나 신문 보도를 문제 삼은 광고주 압박 운동이 널리 벌어지고 있지만, 합법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이미 인터넷 공간에선 심의위 결정이 그리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쯤 되면 심의위가 왜 이렇게까지 무리한 결정을 서둘렀는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제는 심의위원들의 정치적 배경까지 거론되는 상황이 됐다. 정치적 독립과 권위를 지켜야 할 심의위로선 참으로 불행한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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