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04 19:57
수정 : 2008.07.06 20:59
사설
서울시장 시절 그가 공언했던 ‘서울 봉헌’ 발언은 한때의 실언이라고, 대통령 취임 후 소망교회 인맥을 청와대와 내각에 앉힌 것도 그저 보은 차원이라고 접어두자. 그러나 해도 너무한다. 대통령 이명박이 아니라, 개신교 장로 이명박이 국정을 운영하는 것 아닌가 할 정도로 우리 사회에 종교 편향 현상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그는 취임 후 청와대에서 절친한 목사의 사회로 예배를 보았다. 역대 대통령이 극력 삼가던 일이었다. 그러자 전 청와대 경호처 차장이 ‘정부 부처를 복음화하는 것이 꿈’이라고 공언했고, 비서실에선 정무직 공무원의 종교 성향을 조사했다. 경찰청장은 경찰복음화 대성회를 홍보하는 포스터에 조용기 순복음교회 목사와 나란히 등장했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눈물의 기도’ 경험을 자랑하고 다녔다.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신앙심이 부족해 사회복지 정책이 실패했다”고 피력했던 이다.
추부길 전 대통령실 비서관은 촛불집회 참석자들을 사탄의 무리라고 했고, 국토해양부가 운영하는 대중교통정보 이용시스템 ‘알고 가’의 지도에선 사찰이 모두 사라졌다. 경기여고 교장이 학교 안에 있던 불교 문화재를 아예 땅에 파묻은 일은 이런 상황 속에서 일어났다.
2005년 통계청 조사를 보면, 4700만 인구 가운데 1072만여명이 불교, 861만여명이 개신교, 514만여명이 가톨릭 신도였다. 기타 원불교 등 다른 종교 신자도 상당수 된다. 종교적 충돌 위험성이 상존하는 다종교 사회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종교적 관용으로 극복하고, 나아가 문화적 다양성을 확대하는 쪽으로 유도했다. 일제하 삼일운동의 33인에 각 종교인이 망라된 것은 좋은 실례였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 취임과 함께 이 전통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종교적 갈등과 충돌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치 지도자의 종교적 편향이 초래한 비극은 중세의 십자군 전쟁에서부터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에 이르기까지 무수하다. 현대사의 참극인 보스니아 내전도 종교 분쟁에서 비롯됐고, 북아일랜드의 비극 역시 종교적 갈등이 부채질한 바 컸다. 어제 개신교의 촛불예배에서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장로 이명박 대통령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 까닭은 오만과 실정뿐 아니라 종교적 편향성에도 있음을 이 대통령은 깊이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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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잡습니다
7월5일치 31면 ‘분열 갈등 조장하는 이 대통령 종교 편향’ 사설 ‘정부 부처를 복음화하는 것이 꿈’이라고 공언한 사람은 현 청와대 경호처장이 아니라, 지금은 퇴직 대기 상태인 전 경호처 차장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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