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04 19:59
수정 : 2008.07.04 19:59
사설
이달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노인 장기요양 보험제가 도입됐다. 정부가 ‘세대간 효의 품앗이’라고 이르는 제5의 사회보험인 이 제도가 이제라도 시행된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 제도 시행에 마냥 박수를 보낼 수 없는 상황이다. 가장 큰 이유는 요양 서비스 수혜율을 낮게 잡아 보험료 납부자와 수혜자가 잘 일치되지 않게 설계된 점이다. 건강보험료를 내는 모든 근로계층이 그 액수의 4.7% 만큼을 장기요양 보험료로 내게 되지만, 현재 제도에서 노인 100명 중 중증 요양환자에 해당하는 3명만이 혜택을 보게 설계돼 있다. 대다수는 기여에 대한 보상 효과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수혜 폭을 넓히려면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인데, 정부는 전체 재원의 20% 조달에 그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소요 재원을 혜택받지 않는 대다수 근로계층의 주머니에 기대고, 요양 서비스의 급여 수준은 낮추되 본인 부담금은 상대적으로 높일 수밖에 없게 된다. 전형적인 낮은 부담, 낮은 급여의 악순환을 낳게 된 것이다.
아마도 이런 부실함의 결과는 최종적으로 서비스 수혜자인 요양 노인과 그 가족들의 만족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귀결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보험료 납부자와 대상자인 노인계층한테 두루 비난받는 천덕꾸러기 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또,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시설과 재가시설 등이 민간이 대상자 유치경쟁을 통해 운영되는 형태를 띠게 됨으로써 매우 불안정한 기반에 놓이게 된다. 당장 지금까지 빈곤층에게 복지적 시각에서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던 수많은 사회복지 법인은 ‘복지’가 아니라 ‘사업’ 시각에서 기관을 운영하고 인력을 관리해야 한다는 당혹감에 휩싸여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시설면에서 크게 부족함이 없다고 큰소리치지만, 현장에서는 이용할 시설을 발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게 사실이고, 만일 제도의 수혜 폭을 더 확대하자면 시설 부족은 당장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그동안 이런 우려의 목소리가 표출됐지만, 복지부의 대응 양식은 너무나 미온적이었다. 만일 이 제도가 우려한 대로 국민한테 불신과 원성의 대상이 된다면 엄청난 사회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제라도 정부와 여당은 갓 출범한 요양보험제의 문제점을 직시하여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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