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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06 22:31 수정 : 2008.07.06 22:31

사설

엊그제 다시 수십만의 촛불이 서울 도심을 메웠다. 악천후도 촛불을 끄지 못했고 공권력과 수구언론의 공세도 촛불을 위축시키지 못했다. 광장은 승리의 노래로 가득찼고, 전진의 율동으로 물결쳤으며, 굳센 연대의 결의로 뜨거웠다. 자존심도 주권의식도 내팽개친 귀머거리 정권과 수구세력에 대해, 그날 감히 국민 승리를 선언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었다.

시간이 약이라며 버텨 온 이명박 정권이나 수구세력의 기대는 무참하게 깨졌다. 온갖 호들갑을 떤 추가협상 결과에도 불구하고, 두 달 넘게 진행된 공권력의 거친 압박에도 불구하고, 촛불 민심은 한결같았다. 추가 협상이란 게 안채 내주고 뒤늦게 행랑채 한 칸 빌린 격이었으니, 사실 거기에 기대려는 것 자체가 우스개였다. 엊그제 벌인 <한겨레>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율은 최악의 상태(20.9%)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비록 충돌이 빚어졌던 집회의 지속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았지만, 촛불집회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70%를 넘었다. 정권의 온·오프라인 언론 통제에 대한 반대의견도 압도적이었다. 촛불민심의 도도한 흐름은 변함없었던 것이다.

엊그제 촛불문화제는 덤으로 다음과 같은 확신을 줬다. 첫째, 시민이 지켜온 가치와 요구는 정당하다. 둘째 정당한 가치를 지키려는 시민의 힘은 강하다. 셋째 정부는 결코 시민을 이길 수 없다. 거짓으로든 물리력으로든 국민을 항복시킬 수 없다. 그래서 촛불은 언제 어디서든 강력한 연대 속에서 타오를 수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정권은 먹통이었지만, 촛불이 낙관 속에서 밝게 타오른 것은 이 때문이었다.

이제 다시 이명박 정부가 답을 내놔야 할 차례다. 지금까지 이 정부는 겉다르고 속다른 기만적 태도로 국민을 격앙시켰다. 물론 그것은 이 대통령 자신의 결함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주요한 국면에서 그가 한 발언은 대부분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악화시키는 구실만 했다.

그렇다고 그를 둘러싸고 있는, 개발독재, 냉전 혹은 종교적 근본주의 패러다임에 젖어있는 참모나 각료의 문제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청와대 비서실을 전면 개편했다지만, 시대적 과제의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대통령이 뼈저린 반성이란 말을 하고 돌아서자 거리에서 공권력의 폭력이 난무한 것도 새 비서실과 무관하지 않다. 내각은 대통령의 심기만 살피는 전형적인 ‘딸랑이’였다. 총리는 대통령 눈치만 살피며 그보다 더 자주 말을 바꿨다. 경제부처는 허황된 공약 실천을 위해 경제 위기를 더 심화시켰다. 사회 관련 부처들은 구태의연한 색깔론 등으로 사회 분열과 갈등을 증폭시켰다.

국민의 승리는 대통령의 승리

이제 국민과 화해할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다. 대통령은 빨리 선택해야 한다. 국민과의 대결 속에서 식물정권으로 명맥이나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국민과의 연대 속에서 경제·사회적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인지 말이다. 국민의 승리는 대통령의 승리다. 주저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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