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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08 20:40 수정 : 2008.07.08 20:40

사설

검찰이 ‘조선·중앙·동아일보 광고 싣지 말기’ 운동에 나선 누리꾼 20여명의 출국을 금지했다. 소환조사 방침을 밝히고, 이들이 기업의 정상적 활동에 지장을 줬다는 주장도 했다. 대단한 범죄인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하나 따져보면 궁색하기 짝이 없다.

무엇보다 누리꾼들의 행동이 처벌해야 할 불법인지부터 의문이다. 검찰은 스스로 우리나라에는 광고 중단 운동을 형사처벌한 선례가 없다고 밝혔다. 그래서 ‘신문에 광고를 주는 기업의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하자’는 식인 ‘2차 보이콧’을 처벌한 미국의 판례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말대로라면 죄가 되기 힘든 일을 처벌하겠다고 나선 게 된다. 법률이 범죄로 규정하지 않는 한 처벌할 수 없다는 죄형법정주의는 법치주의의 근간이다. 한국법이 불법으로 정하지 않은 2차 보이콧을 미국법을 빌려 처벌하겠다는 검찰의 발상은 이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에서도 2차 보이콧에 대한 처벌은 노조의 경우에 한정된 것으로, 일반 소비자 운동과는 무관하다고 한다. 미국에선 오히려 광고주 불매운동이 언론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로 폭넓게 인정되고 있다. 지난해 7월 <폭스 뉴스> 광고주들에 대한 조직적인 전화 항의 운동 등,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과 비슷한 예는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도 제 편한 대로 외국 선례를 끌어대려 한다면 견강부회가 될 뿐이다.

검찰의 수사 방식이나 논리도 억지스럽다. 검찰은 기업이 누리꾼들의 압박 탓에 조·중·동에 광고를 못 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려는 것 같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 말로도, ‘피해’가 크다는 기업일수록 수사에 미온적이라고 한다. 피해자라는 기업은 처벌과 수사를 원하지 않는데 검찰이 앞장서 윽박지르는 꼴이다. 조·중·동을 억지로 보호하려다 보니 이런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빚어졌을 게다.

과잉 수사 문제도 있다. 검찰 주장이 모두 받아들여지더라도 그 처벌은 벌금형 이상은 아닐 것이다. 전담수사팀을 만들고 출국금지까지 한 검찰의 서슬은, 그런 혐의의 경중에 어울리지 않는다. 순수한 수사목적보다는 경고나 위협을 하려는 것으로 의심하게 된다. 곧, 검찰이 해결사로 나선 꼴이다.

이런 식으로 권한을 남용하다간 ‘언제까지 검찰에 기소독점권 등 준사법기관의 지위를 인정해야 하느냐’는 문제제기가 나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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