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08 20:42
수정 : 2008.07.08 20:42
사설
6자 회담이 내일 중국 베이징에서 재개된다. 지난해 10월 초 6차 2단계 회담 이후 9개월여 만이다. 북한이 핵 신고를 하고 미국이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절차를 시작한 직후 열리는 회담인 만큼 새로운 주춧돌이 튼튼하게 놓이기를 기대한다.
회담의 초점은 북한의 신고 내용을 평가하고 검증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효과적으로 검증하자면 핵시설 접근권 보장과 함께 시료 채취와 핵 관련 인사들과의 면담 등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검증 주체와 비용 분담은 참가국 모두의 책임을 높이는 쪽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달 10일께까지 완벽한 검증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절차가 어그러져 6자 회담 전체가 궤도를 벗어날 수도 있다. 북한은 스스로 여러 차례 밝힌 대로 적극 협력하길 바란다.
검증 못잖게 중요한 사안이 3단계(핵 폐기) 협상 시작이다. 핵 신고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로 2단계는 사실상 끝나지만 3단계를 어떻게 진행시킬지에 대해서는 아직 거의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3단계에는 북한 핵 폐기와 북-미 및 북-일 관계 정상화, 한반도·동북아 평화체제 구축 등이 동시에 진행된다. 6자 회담의 열매를 따는 단계인 것이다. 따라서 협상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시작해 어떻게 끌고 갈 것이며 동력을 어떻게 유지해 나갈지가 아주 중요하다. 이번 회담에서 그 기본 토대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6자 외무장관 회담은 참가국의 신뢰를 높이고 6자 회담 동력을 키우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3단계에 부드럽게 진입하기 위한 좋은 수단이기도 하다. 외무장관 회담은 이를수록 좋다. 몇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을 고려할 때 늦어도 다음달까지는 열려야 실효성이 있다.
우리나라는 이번 회담에서 주도적 구실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금 6자 회담 틀 안에서 우리나라 위상은 과거 어느 때보다 떨어진 상태다. 남북 관계가 나빠져 대북 지렛대를 잃은데다 한-미 동맹 강화에 매달리다 보니 대미·대중 협상력은 오히려 약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은 이런 구도를 반전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러려면 넓고 길게 내다보는 기획력과 끈질긴 추진력이 필수적이다. 여러 입장을 잘 융합시키는 창의적 태도가 기반이 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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