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09 21:16
수정 : 2008.07.09 21:16
사설
이명박 대통령이 기대에 못미치는 소폭 개각을 하면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유임시킨 데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과 시장에서는 정책 실패의 책임이 있는 강 장관을 그대로 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들 하며, 과천 관가는 차관을 ‘대리 경질’하면 실무자들이 어떻게 일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강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을 검토하고 있다. 여권에서도 공공연히 “이건 아닌데 …” 한다. 이한구 전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새로 출발할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한다. 한승수 국무총리도 “이번 개각에 대한 언론의 평가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고 자평했다.
청와대는 강 장관 유임 배경으로 “장관을 자주 바꾸기 어려워 실무적으로 환율정책을 최종 책임졌던 차관을 경질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환율정책 실패 책임은 강 장관에게 있다는 게 관가나 금융가의 중론이다. 강 장관은 취임 초부터 고환율 정책을 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했다. 그는 틈만 나면 “환율을 시장에 온전히 맡기는 나라는 없다”며 “물가를 다소 희생해서라도 경상수지 적자폭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무자들도 비슷한 발언으로 강 장관을 거들었지만 가장 강한 소신과 의지를 가진 사람은 강 장관 자신이었다.
따라서 정책 실패의 책임을 차관에게 물은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강 장관의 책임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정부조직법은 차관의 직무를 “그 기관의 장을 보좌하여 소관사무를 처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설사 차관이 앞장섰다 하더라도 최고 책임자인 장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는 하반기 물가안정과 서민생활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책의 기조가 바뀌었으면 경제팀 수장이 바뀌는 게 자연스럽다. 성장에 연연하던 경제팀이 안정을 강조하면 시장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강 장관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이미 깨졌으며 그것은 우리 경제에 큰 짐이다.
청와대 참모들도 강 장관의 교체를 건의했다고 한다. 강 장관이 자리에 연연해 차관을 희생시켰을 리는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시련을 겪으면 더 강해진다”는 인사 철학에 따라 정치적 동지이자 소망교회 인맥인 강 장관을 유임시킨 듯하다. 그런 판단에 시장은 고개를 젓고 있다. 이쯤 되면 강 장관은 자존심 강한 엘리트 관료답게 진퇴를 스스로 결정하는 게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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