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09 21:17
수정 : 2008.07.09 21:17
사설
이명박 정부와 전임 노무현 정부 사이의 ‘청와대 국정자료 유출 논란’이 도를 넘어섰다. 이 논란의 본질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정자료 전체를 봉하마을로 빼돌린 채 현 정부엔 제대로 인수인계를 하지 않았다는 청와대와 일부 보수언론 주장의 사실 여부다. 또 하나는 노 전 대통령이 국정자료 사본을 봉하마을로 갖고 간 게 적절한 행동이었느냐 하는 점이다.
첫번째 사안에서 핵심은, 청와대 서버에 얼마나 많은 자료가 남아 있느냐가 아니라 전임 정권이 국가기록원에 관련 자료를 모두 넘겼는가 하는 점이다. 노 전 대통령 쪽의 해명과 국가기록원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참여정부 청와대의 국정자료 원본은 정상적 절차를 거쳐 모두 기록원으로 이관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노 전 대통령 쪽이 국가기밀의 상당 부분을 사적으로 빼돌렸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정 그게 미심쩍으면, 국가기록원이 엄밀하게 조사해 청와대 이지원 자료 중 넘어오지 않은 부분이 있는지 가리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현 청와대 인사들이 나서 “204만건의 문건 중 1만6천건만 청와대 서버에 남아 있다”는 점만 강조하며 노 전 대통령 쪽을 비난하는 건 옳지 않다. 국정자료는 퇴임 때 법에 따라 국가기록원으로 넘기게 돼 있는 것이지 청와대에 남겨 놓는 것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 정치적 국면 전환을 꾀하는 게 아니냐’는 눈총을 받아도 현 정권은 별로 할말이 없다.
두번째 문제로, 노 전 대통령이 자료 사본을 갖고 간 동기와 정황은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적절치 못했다. 노 전 대통령 쪽은 “기술적 문제로 전임 대통령의 자료 열람이 1년간 불가능하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사본을 갖고 왔다”고 설명하지만, 그렇더라도 국가기록원 쪽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과거 자료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옳았다.
이명박 정부는 여·야의 수평적 정권 교체를 통해 탄생한 두번째 정권이다. 앞으로 전·현 정권 사이 인수인계는 과거보다 좀더 순탄하고 발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정권 시절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을 만든 건 평가할 만하다. 논란의 진상은 국가기록원이 정확히 밝혀야겠지만, 전·현 정권이 대화를 통해 풀 수 있는 건 그렇게 하는 게 성숙한 정권이양 문화를 뿌리내리는 데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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