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09 21:18
수정 : 2008.07.09 23:29
사설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주요 8국(G8) 정상회의를 계기로 어제 일본에서 만났다. 지난 4월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한 지 석 달 만이다. 한 시간으로 예정된 회담이 28분 만에 끝났다고 하니 뚜렷한 성과물이 있을 리 없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한국인들의 신뢰 제고를 위해 긴밀히 협력한다는 등 의례적인 대화가 대부분이었다.
애초부터 이번 회담의 한계는 분명했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결정 이후 한국 정부의 대미정책 기조가 국민의 거센 비판을 받은 데 있다. 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의 7월 서울 답방이 무산됐고, 다음 회담 일정 조정 과정에서 미국 쪽 외교 결례가 불거지기도 했다. 이런 상태에서는 회담이 열리더라도 실질적 대화가 어렵다. 그래서 미국도 다음달 서울 정상회담을 위한 징검다리 정도로 이번 회담을 생각했다.
지금 한-미 관계의 문제점은 미국보다 한국 쪽이 훨씬 크다. 한국이 먼저 요청한 한-미 전략동맹 구축과 관련해 미국은 우리 정부만큼 열의를 보이지 않는다. 미국으로선 전략동맹 구축으로 자신의 공격적 패권정책에 대한 한국의 자발적 지지를 확보하는 이점이 있는 반면, 한국의 실제 역량과 역효과를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의 전략동맹 집착은 이미 한-중 외교 마찰과 미국산 쇠고기 파문, 남북 관계 악화 등과 같은 심각한 사태를 유발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전략동맹에 매달리는 것은 건강한 한-미 관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줏대 있는 균형외교가 시급한 상황이다.
균형외교 필요성은 어제 막을 내린 주요 8국 정상회의에서도 드러났다. 지구온난화 방지와 에너지·식량값 급등 대책을 주로 논의한 이번 회의에서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입장이 확연하게 대립해 내실 있는 합의를 전혀 내놓지 못했다. 이런 구도에서 이 대통령이 선진국과 개도국을 연결하는 다리 구실을 하겠다고 밝힌 것은 균형외교라는 면에서 일리가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우리 실정에 맞는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민 여론을 폭넓게 수렴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무턱대고 강대국을 추종하는 것도, 허세를 부리는 것도 한국 외교의 올바른 길이 아니다. 분명한 목표와 냉철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외교 기반을 넓혀가야 한다. 이명박 외교의 새 출발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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