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10 20:25
수정 : 2008.07.10 20:25
사설
30일 치르는 서울시교육감 선거의 성격을 멋대로 규정하려는 책동이 수구언론과 친정부 단체에 의해 집요하게 시도되고 있다. 진보 대 보수 혹은 전교조 대 반전교조의 대결이라는 틀에 가둬두려는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교총)이 선거법까지 무시하며 추진하는 반전교조 후보 단일화 압박은 상징적이다.
수구언론은 제쳐놓더라도, 자유시민연대, 뉴라이트 교사연합, 대한민국 고엽제전우회 등 앞장선 단체의 면면만 보더라도 그 정치적 목적은 분명해진다. 이들은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서고, 촛불정국에선 촛불을 반미·친북으로 낙인찍는 데 혈안이었다. 식탁의 안전을 걱정하는 주부와 0교시, 야간 자율학습에 시달리는 여학생까지도 좌파로 매도했다. 이번에도 색깔론을 앞세워 ‘이명박 구하기’에 나선 셈이다.
이번 선거는 학교의 학원화 혹은 교육의 시장화 등 이른바 ‘미친 교육’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강하다. 촛불집회에서 맨 먼저 등장한 구호 가운데 하나도 미친 교육 반대였다. 반전교조 단일후보로 꼽히는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리틀 이명박’이라 불릴 정도로 교육의 시장화에 앞장서 온 인물이다.
학교의 학원화 조처가 발표되기 이전부터 그는 일제고사 부활, 0교시 수업 및 야간 자율학습 부활, 우열반 편성 등을 공언했다. 학원의 심야교습 시간을 연장하고, 방과후 학교를 학원에 개방하며, 영어 몰입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사설학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앞장섰다. 특목고·과학고·자사고는 물론, 국제중까지 신설해 초등생부터 고교생까지 입시 지옥에 가두려고 했다. 반면 가난한 학생을 위한 급식 지원비 등은 주저하지 않고 깎았다. 전교조를 촛불집회의 배후로 지목하고, 교총과 함께 미국산 쇠고기 학교급식 반대운동을 저지했다. 이명박 정부와 환상의 짝을 이뤄 온 것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공정택 교육감이 실천해 온 이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평가일 뿐이다. 물론 ‘잠 좀 자자, 밥 좀 먹자’는 아이들의 요구, 교육의 공공성 강화와 사교육비 절감에 대한 학부모의 요구, 창의력 신장과 전인교육에 대한 교사들의 요구에 대한 평가도 포함된다. 유권자를 우습게 보지 않는다면, 아무 데나 이념의 틀을 들이대며 호도하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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