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10 20:26
수정 : 2008.07.10 20:26
사설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친박 의원 25명 전원을 일괄해 복당시키기로 한나라당이 어제 최종 결정했다. 또 친여 성향의 무소속 의원 5명에게도 문호를 열었다. 이로써 한나라당 의석은 곧 182석이 된다.
공룡 여당의 출현은 총선 민의에 대한 배반이다.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153석에 그쳤던 것은 일차적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여당의 독주에 대한 심판과 견제 뜻이 강했기 때문이다. 총선 직후 강재섭 당시 한나라당 대표도 “국민은 153석으로 우리보고 정치를 하라고 명령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고서 몇 달 지나지도 않아 슬그머니 태도를 바꿔 인위적으로 여당 의석을 늘리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다.
더구나 복당하는 의원들은 대부분 한나라당이 스스로 ‘비리 정치인’ ‘ 낡은 정치인’으로 규정해 공천에서 탈락시켰던 사람들이다. 서청원·양정례·김노식 의원은 공천 헌금 혐의 등으로 또다시 기소까지 돼 있다. 새정치 하겠다고 큰소리칠 때는 언제고 최소한의 옥석도 가리지 않고 무조건 다 받아들이겠다니 이런 우스개가 세상에 또 어디에 있는가.
이번 결정은 한나라당의 두 계보 수장인 이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잘못된 쇠고기 협상으로 국민의 강한 저항을 받았던 이 대통령은 국민에게 ‘항복’하기보다는 여권 결속이라는 정치공학적인 카드를 집어들었다. 최근 정부가 촛불시위를 강경하게 탄압하고 나서는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당 의석을 늘린다고 국정 운영이 원활해질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차기 대선을 꿈꾸는 박 의원으로서는 자기 세력 늘리기가 일차적인 목표였다. 이 대통령이 정치적 곤경에 빠지는 바람에 그 ‘소원’을 이뤘다. 대신 그는 내각의 부실 개편에 대해 입을 다무는 등 이 대통령에게 즉각 협조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원칙의 정치인이 아니라 자기 몫만 챙기는 전형적인 계파 보스다.
문제는 여권의 독주다. 한나라당은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낮춰주는 것을 대가로 강경 보수인 자유선진당도 끌어들이고 있다. 두 당 의석을 합하면 범여권은 200석으로 개헌까지 가능하다.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힘이다. 반대로 민주당은 강만수 장관 해임안조차 국회에 제출하지 못했다. 최소한의 견제도 작동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의정치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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