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11 19:32
수정 : 2008.07.11 19:32
사설
사내 하청이 직접고용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하청 회사 소속이란 이유로 실제 사용자 노릇을 한 원사용자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 온 많은 근로자들에겐 희소식이다.
이번 판결은 일반적인 제조업 사내 하청에 대해 직접고용 관계를 폭넓게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법원은 원청 업체가 하청 업체 근로자의 채용과 업무 지시, 급여 지급 등에서 하청 업체를 제치고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한다면, 도급계약은 위장일 뿐 원청 회사와 근로자들이 직접고용 관계에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모회사-자회사 관계나 소사장제 등 특수한 경우에만 위장도급으로 보던 기존 태도에서 한발 나아간 것으로, 잘못된 고용관계에 대한 개선 의지를 담았다고 평가할 만하다.
판결이 지적한 사내 하청은 조선·제철·자동차·전자 등 중공업과 조립공업 분야 제조 업체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안마다 다를 순 있겠지만, 이번 판결은 그런 위장도급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노동법상의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는 등 노동삼권을 실질적으로 제약하고 근로조건 저하와 고용 불안을 초래하는 도급·용역·파견 등 만연한 간접고용에 제동을 건 것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판결은 간접고용 근로자들의 처우와 지위 개선에 돌파구를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간접고용 근로자들의 노동권 인정 문제에도 좀더 전향적인 조명이 가능해졌다. 노동계의 현안인 고속철도(KTX) 여승무원이나 코스콤 비정규직 문제 등은 모두 간접고용 근로자에 대한 원사용자의 책임에 관한 것이다. 사내 하청을 통해 1만여 간접고용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고용 실태도 이번 판결의 대상이 된 현대미포조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원청 업체의 사용자 지위를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위장도급 근로자의 종업원 지위를 확인한 이번 판결의 취지는 이들 사건에도 적용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를 계기로 불투명하기 짝이 없는 간접고용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개선 노력이 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도급과 파견의 기준을 명확히해 불법파견을 엄격히 규제하고, 허가받지 않은 파견은 고용으로 간주해 곧바로 정규직으로 채용하도록 하는 등 관련 법 개정이 있어야 한다. 간접고용을 만연시킨 무분별한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도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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