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15 20:14
수정 : 2008.07.15 20:14
사설
지난 11일 북쪽 초병의 총에 맞아 숨진 금강산 관광객 박아무개씨의 영결식이 어제 치러졌다. 오늘로 사건 발생 엿새째지만, 합동 진상조사를 거부하고 오히려 사과를 요구하는 북쪽 태도는 바뀐 것이 없다. 금강산 관광사업의 주체인 현대아산의 윤만준 사장이 유일하게 북쪽 당국자와 만났으나 어제 별 성과 없이 돌아왔다. 다시 한번 북쪽의 태도 변화를 강력하게 촉구한다.
지금까지 나온 증언을 종합해 보면, 북쪽이 지난 12일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담화를 통해 주장한 사건 내용과 큰 차이가 있다. 우선 북쪽은 박씨가 새벽 4시50분에 피격됐다고 말하고 있으나 관광객들은 5시20분께 총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한다. 당일 일출 시각이 5시11분쯤이어서 이 30분 차이는 상당히 중요하다. 북쪽은 또 공포탄을 쏘면서 거듭 서라고 했다지만 공포탄 발사 소리를 들은 관광객은 아무도 없다. 박씨가 ‘군사통제구역 깊이까지’ 들어갔다는 북쪽 주장도 박씨의 발걸음 속도와 숨진 위치 등으로 볼 때 신빙성이 떨어진다. 곧, 이번 사건과 관련해 확실한 사실은 박씨가 군사통제구역 200m 안쪽에서 총알 두 발을 맞고 숨졌다는 것뿐이다.
물론 진상조사를 하더라도 북쪽 초병이 과잉대응한 사실이 바뀔 가능성은 아주 작다. 금강산 관광지 해변에서 산책하는 민간인 여성에게 실탄을 발사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이는 남북간 합의서에 어긋나고 인도주의 원칙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그럼에도, 책임있는 진상조사가 필요한 이유는 정확한 사실을 알아야 한점 의혹이 없도록 시시비비를 가리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누구든 잘못이 드러나면 깨끗하게 인정하고 필요한 조처를 취하면 된다. 이렇게 하지 않고 북쪽이 끝까지 진상조사를 거부한다면 의도적으로 이번 일을 저질렀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되는 것이다.
지금으로선 사태가 장기화할 수도 있는 분위기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미 중단된 금강산 관광뿐만 아니라 다른 남북관계도 크고 작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이는 남북에 두루 바람직하지 않다. 북쪽의 대외 이미지 또한 크게 나빠질 것임이 분명하다. 신뢰를 잃기는 쉬워도 얻기는 어려운 법이다. 북쪽은 어떻게 하는 게 현명한 길인지 잘 생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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