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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17 20:49 수정 : 2008.07.17 20:49

사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 보관하고 있던 참여정부의 기록물을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청와대와 전직 대통령 사이에 빚어졌던 갈등은 일단 해결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의 비서진에 대한 고발 여부에 대해 청와대가 아직 확답을 내놓지 않고 있긴 하다. 하지만, 늦게나마 양쪽이 ‘선 반환, 후 열람권 보장’이라는 이성적인 해법 마련에 나서게 된 것은 다행이다.

이번 기록물 논란은 애초 이렇게 법석을 떨 사안이 아니었다. 청와대가 전면에 나선 것부터 아주 잘못됐다. 현행법상 퇴임 대통령의 기록물 관리 주체는 청와대가 아니라 국가기록원이다. 따라서 청와대 대변인 등 정권의 핵심 관계자들이 공개적으로 또는 익명으로 전직 대통령을 큰 범법자나 되는 양 취급하면서 공격하고 나선 것은 보기 흉할 뿐더러 일종의 권한 남용이다. 문제점이 있다면 이를 국가기록원에 통보하고, 그 다음은 법과 절차에 따라 기록원이 처리하면 될 문제였다.

게다가 그동안 청와대가 주장한 내용도 대부분 과장됐거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하드 디스크를 통째로 가져갔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보이며, ‘유령 회사’ 동원설과 노 전 대통령 측근 돈 30억원 유입설 등도 슬그머니 사라졌다. 정확한 사실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해도 그다지 적절하지 않은 터에 청와대가 유언비어 제조처가 된 셈이니 정치적으로도 야박하고도 비열했다.

노 전 대통령 쪽도 문제가 없지 않았다. 사본 보관을 확실하게 승낙받지 않은 상태에서 기록물을 가져간 것은 어쨌든 법규 위반이다. 문제가 됐으면 일단 돌려주고 가능한 방법을 찾는 게 옳았다. 그런데도 할 테면 해 보라는 식으로 버티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온전하게 기록을 남긴 첫 대통령의 명예를 스스로 실추시키는 것이었다.

민주주의가 발전하자면 제도 못지않게 문화가 중요하다. 특히 우리 사회는 정권교체 경험이 짧기에 전·현직 대통령의 올바른 관계를 설정하는 일이 매우 긴요하다. 그 답은 이명박 대통령이 이미 내놓았다. 이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는 문화 하나만큼은 전통을 확실히 세우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 전직인들 현직 대통령을 존중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 국민은 그런 성숙하고 넉넉한 정치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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