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18 19:20
수정 : 2008.07.18 19:20
사설
촛불집회와 관련한 앰네스티 국제사무국의 긴급 조사 결과가 어제 나왔다. 노마 강 무이코 조사관이 집회 현장과 시위 참가자, 진압 경찰과 정부 관계자 등 관련자들을 광범위하게 면담해 작성한 보고서의 결론은 “촛불집회는 전반적으로 평화적으로 진행됐지만, 경찰이 과도한 무력으로 진압하는 등 많은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일반적인 평가와 일치하지만, 외부 관찰자의 객관적인 조사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제 앰네스티가 가장 심각한 인권침해 사례로 든 부분은 공권력의 과잉 폭력이다. 도망치는 14살 소년의 머리를 방패로 가격하는 등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무력 사용을 적시했다. 이러한 경찰의 과도한 무력 사용이 시위의 폭력화를 부르는 한 원인이라는 앰네스티의 분석도 정확하다. 그저께 저녁 또다시 물대포에 각목 등을 이용해 경찰과 촛불 시위대가 충돌한 것도 경찰의 과잉 대응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평화 시위자나 구경꾼 등을 연행해서 자의적으로 구금하는 행위, 집회를 주도했다고 의심되는 활동가에 대한 표적 탄압, 경찰이 시위대를 조롱하는 등 비인도적으로 대우하는 것, 구금 때 의료 조처를 하지 않은 것 등도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례로 지적됐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민주화를 이룬 나라라는 말이 창피할 정도다.
문제는 정부가 앰네스티의 고언에 별로 귀를 기울이는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앰네스티가 야간 집회를 금지하고 있는 집시법 개정 등을 통한 시민적 권리의 보장을 요구했음에도 정부는 촛불집회를 막느라 서울 시청앞 광장을 원천봉쇄하는 등 독재정권의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 또 앰네스티의 발표가 있던 날 검찰이 ‘조·중·동 광고 싣지 말기’ 운동을 벌인 누리꾼 세 사람을 불러 조사한 것도 민주주의가 뒷걸음질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자신들이 강조하는 ‘글로벌 기준’을 따라야 한다. 자발적이고 평화로운 촛불집회를 제한 없이 보장하면 되는 만큼 그다지 어렵지도 않다. 만일 과격한 시위자가 있다면 그것대로 처리하면 된다. 국가 공권력의 엄격한 사용이라는 국제적인 원칙을 벗어나 시민들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했던 어청수 경찰청장에게 책임을 묻는 일도 당연하다. 언제까지 국제사회로부터 인권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들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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