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18 19:20
수정 : 2008.07.18 19:20
사설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어제 열렸다.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과 독도 사태가 터진 지 각각 여드레째, 닷새째 된 날이다. 관광객 피살 첫 보고부터 늦어 지탄받더니 안보회의까지 늑장이다. 단순히 나사가 풀린 정도가 아니라 시스템 전체가 부실하다. 국가안보회의 사무처 부활을 포함해 위기관리 및 안보정책 결정 체제를 전면 재구축해야 할 때다.
더 중요한 일은 대북·대일 정책 재정립이다. 이와 관련한 최근 정부 움직임은 상당히 실망스럽다. 두 사태의 배경을 이루는 기존 대북·대일 정책을 반성하고 새 접근틀을 짜기보다는 즉자적인 강경책에 기대는 듯하기 때문이다. 우선 대북 대응에서 이번 사건과 직접 연관이 없는 남북 사이 사업의 중단을 섣부르게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예를 들어 개성관광 중단은 사건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물론, 남북 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후퇴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돌발적 성격이 강한 이번 사건이 쉽게 풀리지 않는 데는 새 정부 들어 나빠진 남북 관계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 사건을 빌미삼아 기존 대북 정책을 합리화하려 한다면 사태는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북쪽에 책임 있는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책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 사건이 남북 관계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특히 이 사건과 6자 회담을 연관시키려는 일부 발언은 아주 위험하다. 이 사건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도 더 전향적인 대북정책이 필요하다.
대일 정책에서도 기존 정책에 대한 반성이 부족하다. 정부는 그간 과거사 문제에서 스스로 무장해제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독도 문제가 불거질 소지를 키웠다. 지난달 출범한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지원위원회’가 예산과 인력을 배정받지 못해 활동이 중단된 것이 그런 보기다. 납치 문제를 앞세우며 6자 회담을 사실상 방해하는 일본에 동조한 것도 문제가 있다. 냉전 시기에도 비판받은 한-미-일 삼각동맹을 얘기하는 이들이 아직 정부 안에 있다. 대일 강경책을 말하기 전에 이런 무책임하고 반역사적인 태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 초기에 대북·대일 정책 재정립 기회를 맞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민족적 정체성에 바탕한 뼈아픈 성찰로 더는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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