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20 20:52
수정 : 2008.07.20 20:52
사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지난주 <시비에스>(CBS) 조사에서 17.8%까지 추락했고, <한겨레> 조사에서도 21.6%에 그쳤다. 정상적인 나라라면 국정 운영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 그럼에도, 정부와 한나라당은 강경한 자세로 국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여론에 신경 쓰지 않고 제 갈 길 가겠다는 지극히 비민주적이고 오만한 태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주 국회 긴급현안 질의 답변에서 보인 한승수 국무총리의 행태는 오만의 극치였다. 질의에 나선 야당 의원들을 비웃는 듯한 웃음을 슬슬 흘리면서 동문서답으로 일관했다. 촛불집회 강경진압 논란에 대해서도 “어떤 나라보다 훨씬 평화적인 방법”이라고 강변했다.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이 버티고 있으니 뭐라고 답변해도 뒤탈이 없을 것이란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다. 그의 안중에 국민은 없었다.
한나라당은 한 술 더 떴다. 어제 열린 고위당정회의에서 홍준표 원내대표는 “쇠고기 현안 질의에 대해 총리께서 기대 이상으로 대처를 해주었다”고 한껏 치켜세웠다. 앞으로 국무위원들이 어떤 자세로 국회 답변에 나설지 불 보듯 뻔하다. 더욱 오만한 자세로 야당 의원들을 조롱하듯 대하면서 이 정부의 국정 기조를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다.
정부·여당이 자신감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하는 것을 탓하려는 게 아니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현재 이 정부의 국정 운영 지지도가 얼마인지를 보라. 겨우 20% 안팎이다. 국민 넷 중 세 사람 정도가 이 정부의 국정 운영 방식이 잘못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쏟아지는 폭우 속에도 촛불은 꺼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이 “잘하고 있다”며 서로 등이나 토닥거린다면 국민이 어떻게 보겠는가. ‘꼴값하고 있다’는 비아냥이나 듣지 않을까 걱정이다.
정부·여당은 지금 오만하게 국정을 밀어붙일 게 아니라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 국정 기조를 바꾸는 걸 우선할 일이다. 촛불민심을 수용해 쇠고기 재협상에 나서고, 방송장악 기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에 대한 저자세 굴욕외교도 정상화해야 한다. 다수의 민심은 내몰라라 하고 손아귀에 쥔 정치권력과 의회권력만 믿고 오만하게 국정을 운영하다간 더 큰 낭패를 보게 된다. 민심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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