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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20 20:53 수정 : 2008.07.20 20:53

사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 보관하고 있던 기록물 사본을 지난주말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했다. 이쯤 했으면 ‘국가기록물 반환이 최우선 과제’라던 현정부는 소기의 목적을 이룬 만큼 예봉을 접고 슬기롭게 해법을 찾을 만하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국가기록원은 기록물 반환의 범위와 방식을 꼬투리로 또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기록물관리법 취지와 다르게 현직 대통령도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내겠다고 한다. 그동안 논란을 일으킨 저의가 의심스럽다.

국가기록원 산하 대통령기록관은 노 전 대통령 쪽이 19일 새벽 대통령기록물이 저장된 하드디스크와 백업파일을 가져오자 일단 이를 수령했다. 앞서 국가기록원이 하드디스크 백업파일을 만들어야 한다며 수령을 거부하고 돌아가자 노 전 대통령 쪽은 백업파일이 담긴 하드디스크를 성남 대통령기록관에 직접 들고 가 입고시켰다.

노 전 대통령 쪽은 애초 열람권이 확보될 때까지 기록물 사본을 잠정 보관하겠다며 국가기록원에 사본의 존재 사실을 알리고 양해를 구했다. 이어 국가기록원의 방문조사를 수용하고 기록물을 반환했다. 그런 만큼 국가기록원은 노 전 대통령의 열람권을 보장하는 게 순서다. 국가기록원이 절차적인 문제로 시비를 거는 것은 격에 맞지 않으며 ‘전직 대통령의 열람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는 등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법규정에 어긋난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어떻게 해서든 논란을 지속시키려 하고 있다. 이미 기록물 사본과 함께 반납했다고 하는데도, 이지원 시스템과 서버를 반납하라고 촉구했다. 도대체 그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전직 대통령만 열람할 수 있도록 한 비공개 기록물을 현직 대통령도 열람할 수 있도록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기록 문화를 파괴할 뿐 아니라 정치적 악용의 소지가 크다. ‘그러려고 봉하마을 때리기를 했나’는 의문을 갖게 하는 것이다. 대통령기록물법은 ‘기록을 남기지 않는 나라’라는 문제 제기에 따라 노무현 정부 시절 제정했다. 기록물 관리가 철저한 미국은 현직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거나 보복의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우려해 지정 기록물에 대해선 수십 년 공개하지 못하도록 했다. 현직 대통령에게 열람을 허용하면, 다시 기록을 남기지 않는 나라로 되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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