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22 19:40
수정 : 2008.07.22 19:40
사설
정부의 인터넷 통제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어제 인터넷 실명제를 확대하고, 포털이 명예훼손 글을 삭제하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경한 법무장관은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넷 여론을 다잡아보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소지가 매우 높다.
정부 계획대로 실명제를 하루 접속 건수 10만 건 이상인 사이트로 확대하면, 대부분의 인터넷 사이트가 실명제 적용 대상이 된다. 자기 이름 내걸고 당당히 자기 의사를 표현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여론의 소통이란 꼭 그런 방식으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사안에 따라서는 익명을 보장해야만 다양한 의견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경우가 적잖다. 인터넷이 우리 사회의 건전한 공론의 장으로서 기능을 하려면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제약하는 어떤 규제도 최소화해야 한다.
인터넷상에서 익명으로 남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굳이 실명제를 확대하지 않더라도 글쓴이의 아이피를 추적해 확인하는 등 부작용을 막을 방법은 지금도 있다. 그럼에도 실명제를 확대해 적용하려는 것은, 촛불집회를 막겠다고 서울광장을 원천봉쇄하는 것과 똑같은 발상이다.
포털에 대한 처벌 규정 마련도 마찬가지다. 명예훼손 피해자로부터 정보 삭제 요구를 받으면 포털사업자는 이를 즉각 삭제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처벌하겠다는 게 방통위 방침이다. 결국, 포털은 게시글의 명예훼손 여부가 법적 판단을 받기 이전이라도 피해자가 요구하면 이를 삭제할 수밖에 없게 된다. 포털이 게시글에 대한 사전검열에 나서 표현의 자유가 원천적으로 제약될 소지가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하겠다는 것은 인터넷상의 모욕죄를 가중 처벌하겠다는 것으로, 군사정권 시절의 처벌 만능주의 유산을 떠올리게 한다. 역대 군사정권은 정권 유지를 위해 ‘유언비어 날조·유포죄’란 희한한 죄목을 만들었지만, 결국 여론 통제에 실패했다.
정부가 인터넷 통제를 강화하려는 이유는 명확하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인터넷 여론을 틀어막겠다는 것이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일이다. 정부는 이러한 ‘인터넷 통제 종합대책’을 즉각 철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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