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22 19:41
수정 : 2008.07.22 19:41
사설
촛불집회와 관련한 인권침해 사례를 지적한 국제 앰네스티의 1차 조사 결과를 두고 경찰 등 당국이 연일 반발하고 있다. 어청수 경찰청장이 며칠 전 직접 나서 법적 대응 운운한 데 이어 어제는 경찰청의 한 간부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앰네스티가 국내에 입국한 동기라든가 계기 자체가 처음부터 조금 의심스러웠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에 억울하다고 느끼는 부분에 대해 정당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반박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인권 보호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한 차원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기도 하다. 그러나 경찰의 현재 대응은 초점을 한참 벗어난데다 지나치게 조급하고 감정적이다.
우선 경찰은 국제 앰네스티 조사의 맥락을 심하게 왜곡하고 있다. 노마 강 무이코 조사관이 밝혔듯이 앰네스티는 집회 참가자들의 폭력 여부가 아니라 공권력 행사에 따른 인권 침해가 있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곧, 한국 정부가 시민들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고 있는지 또 시위 진압 과정에서 국제기준을 잘 지키고 있는지를 ‘감시’한 것이지, 집회 참가자들의 위법 여부를 조사한 게 아니었다. 일부 참가자들의 폭력 문제는 법에 따라 정부가 판단하고 처리할 문제다. 사정이 이런데도 앰네스티의 방한 목적이 의심스럽다느니 조사가 경찰에 대해서만 편파적으로 이뤄졌다느니 하면서 공세를 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일부 오역이나 날짜 틀린 부분 등에 대해 앰네스티가 잘못을 인정하고 즉시 바로잡았음에도 마치 조사 결과 전체가 잘못된 것인 양 매도하는 것도 적절하지 못하다. 앰네스티 조사 결과의 핵심은 경찰이 촛불집회에 대응하면서 과도한 무력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는 일반 국민의 생각과도 다르지 않다. 경찰이 집회 참가자를 방패로 찍고, 가까운 거리에서 물대포를 쏜 것, 야간 집회를 금지하고 있는 것 등 앰네스티의 본질적인 지적을 겸허하게 반성하기는커녕 몇 가지 작은 실수를 꼬투리 잡아 국제 인권단체의 활동을 흠집 내려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더구나 아직 최종 보고서가 나오지도 않았다. 앞으로도 추가 조사 등을 통해 많은 수정을 거치게 돼 있다. 경찰은 미완성 보고서를 가지고 법적 대응 운운하기에 앞서 폭력진압 책임자를 찾아내 처벌하는 등 자기반성부터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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