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22 19:42
수정 : 2008.07.22 19:42
사설
제주도가 들끓고 있다.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 지사가 27일까지 제주도민 여론을 조사해 내국인 영리 의료법인의 도입을 결정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외국인에게 영리 의료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한 기존 제주특별자치도법을 개정해 내국인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이를 위해 임시 반상회와 각종 찬성광고를 통해 일방적인 여론몰이에 나섰고, 시민단체들은 전국적인 영리 의료법인화의 첫걸음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제주도 당국이 내세우는 핵심 논리는 외국 환자 유치를 통해 도 경제를 활성화하고 도내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자랑하는 병원을 만들어 세계의 부유한 환자를 유치한다는 계획은 지난 3년 노력에도 단 한 건의 외국자본 유치도 성사시키지 못함으로써 수포로 돌아갔다. 이번 소동은 그런 정책적 실패를 내국인들에게 영리 의료법인 설립 기회를 줌으로써 돌파하겠다는 발상과 다름없다.
제주도의 영리 의료법인 허용은 제주도에만 한정되는 문제가 아니다. 제주도에서 영리 의료법인의 물꼬를 트면 의료 산업화를 주창하는 이들이 같은 논리를 내세워 제주도와 비슷한 지위에 있는 다른 경제특구에도 이를 확산시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결국, 전국 병원의 영리화로 이어지게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내국인의 영리병원 이용을 막을 수 없고, 이를 이용하는 내국인들은 고액의 병원비 때문에 민간 의료보험에 들게 될 공산이 크다. 결국, 영리병원은 민간 의료보험의 확대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공보험인 건강보험을 약화시켜 의료 양극화를 심화시키게 된다. <식코>가 보여준 미국의 의료현실이 우리의 현실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더 큰 걱정은 이명박 정부다. 현 정부는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제주에서의 실험을 통해 ‘국민이 원한다’는 명분을 만들어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의료 민영화가 아니라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충이다. 제주도 당국은 이제라도 행정력을 동원한 여론몰이로 근시안적인 목표를 달성하려는 구태를 접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 역시 국가 의료제도는 자본의 이윤 창출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민생의 기반인 국민 건강권을 위한 것임을 명심하고 국가 의료제도의 근간을 흔들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