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23 21:54
수정 : 2008.07.23 21:54
사설
쇠고기 협상 국정조사에 대한 정부의 훼방놓기가 너무 심하다. 자료부터 아예 내놓지 않는다고 한다. 민주당 특위위원들이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등 정부에 요구한 자료 200여건 중 지금까지 제출된 것은 몇 건에 불과하다고 한다. 민주노동당 등 다른 야당 의원들이 요구한 자료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는 정부가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얼마나 무시하고 경시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국회의원이 국정감사 및 조사법 등 정당한 법 절차에 따라 요구하는 자료 등에 대해 정부는 성실하게 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자료 제출을 미루고 거부하는 것은 국민을 깔보는 오만한 태도다. 그동안 국정조사가 부활한 이후 정부가 이처럼 막무가내식으로 자료를 거부한 적은 없다.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 직전인 4월17일 워싱턴 블레어하우스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소집한 긴급회의 내용과 이 대통령의 방미 전 준비 실무자가 미국 쪽 상대방과 협의한 내용 등 8건의 자료는 ‘핵심 기밀 사안’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지지부진하던 쇠고기 협상이 갑자기 타결된 원인이 무엇인지, 어디서 부실이 초래됐는지 등 사실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핵심’ 자료들이다. 이것을 살펴보지 않고는 국정조사는 하나마나다.
이들 자료가 ‘핵심 기밀 사안’이라는 주장도 어이없다. 쇠고기 협상 결과가 이미 만천하에 공개된 마당에 우리 쪽의 사전 대응 자료가 어째서 기밀이라는 말인가. 협상 이전에야 상대방에게 우리 쪽 전략이나 전술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서 이런 내부 자료를 기밀로 일정 기간 지정할 수는 있다. 하지만, 협상이 끝난 뒤에는 더 기밀이 될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 참여정부가 다 결정해 놓은 것을 자기들은 설거지만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더더구나 자신들이 만든 자료를 내놓지 못할 이유가 없다.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의 국정조사 초점 흐리기와 물타기도 정도가 지나치다. 부실 쇠고기 협상의 문제를 파헤치는 데 피디수첩 피디나 광우병 대책회의 상황실장 등을 증인으로 부르려고 하는 이유가 도대체 뭔가. 국민의 진정한 대표라면 정부 두둔이 아니라 진실 규명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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