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23 21:55
수정 : 2008.07.23 22:46
사설
6자 회담 참가국 외무장관들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참석을 계기로 어제 싱가포르에서 만났다. 5년 전 6자 회담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비공식 회동이긴 하지만 6자 회담 논의 수준을 한 차원 높인 의미가 있다.
이번 회담의 첫째 의의는 6자 수석대표 회담의 지난 12일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동력을 부여한 것이다. 당시 수석대표들은 북한 핵 신고 내용에 대한 검증체제를 세우기로 했으며, 이 합의가 잘 이행돼야 2단계를 마무리하고 3단계(핵 폐기)로 넘어갈 수 있다. 특히 미국은 다음달 11일 이전까지 검증체제가 만들어져야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 대북 상응 조처를 완료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번 만남은 이 일정이 지켜지도록 서로 다잡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회동의 다른 의의는 동북아 평화 안보체제 구축 논의 본격화를 위한 분위기를 진전시킨 점이다. 다자 안보기구가 없는 동북아에서 6자 외무장관이 한자리에 모여 안보 의제를 논의한 것 자체가 6자 회담의 한 지향점을 보여준다. 앞으로 공식 외무장관 회담이 열리고 북한 핵 문제가 더 진전되면 평화체제 논의는 구체성을 띨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 또한 눈앞의 과제로 다가왔다. 남북한과 미국·중국이 논의에 참여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동북아 평화체제의 핵심 내용이자 북한 핵문제 최종 해결 조건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지금 6자 회담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미국과 북한이다.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는 임기가 올해로 끝나는데도 3단계의 상당 부분까지 진척시키려는 의지를 보인다. 북한도 대미 관계 개선 속도를 높이는 데 힘을 쏟는다. 반면 우리 정부는 말로만 북한 핵 폐기를 외칠 뿐 주도적 구실을 전혀 하지 못한다. 이대로 3단계로 진입한다면 우리나라는 6자 회담 틀 안에서도 주변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당장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선 다른 나라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기획력과 추진력을 강화해야 한다. 6자 회담 자체에 집중해야 할 상황에서 남북 현안인 금강산 관광객 피살 문제를 부각시키려 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이다. 남북 정상 사이의 합의를 무시하는 것은 6자 회담 진전을 위해서도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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