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25 19:36
수정 : 2008.07.25 19:36
사설
촛불이 잦아들자 경찰 태도가 강경 일변도로 치닫고 있다. 경찰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파업과 촛불집회를 주도했다는 혐의로 민주노총 지도부 체포에 나섰다. 이들에게 걸려 있는 전국의 고소·고발 사건을 모두 취합해 수사하겠다고도 했다. 도를 지나친 감정적 대응으로 비친다.
엊그제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와 집행부를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교통방해 등을 이유로 내걸었지만, 자신들이 폭력적 진압 등으로 시민들에게 끼친 피해에 대해선 일언반구가 없다. 분풀이나 압박 효과를 노린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어제는 거리집회 때 모래 주머니를 나른 여럿 가운데 한 사람을 한 달 여 만에 사진 판독으로 찾아냈다며 형사처벌 방침을 밝혔다. 다른 참가자 누구라도 신원이 확인되면 모두 처벌하겠다고 덧붙였다. 으름장이다. 그러면서 강제진압 과정에서 다친 시민들의 고소·고발 사건에 대해선 기초수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자신의 명백한 혐의는 외면한 채 시민들은 어떻게든 옭아매려 애쓰는 꼴이다.
이러고도 경찰의 법 집행이 적절성과 공정성을 지녔다고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촛불집회가 주춤해진 틈을 타 날것 그대로의 복수심과 힘을 과시하는 것으로만 비치게 된다. 경찰력을 함부로 동원해 비폭력 시위대를 무차별 폭력 진압한 경찰이 손해배상 소송을 내는 것부터가 적반하장이다. 다른 나라 같으면 더한 폭력과 유혈로 번질 수 있는 대규모 집회와 시위를 두 달 이상 평화적으로 이끄는 데 일조한 이들이 체포와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도 옳은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경찰은 지금 더한 무리수를 서슴지 않으려 하고 있다. 경찰은 다음주에 경찰관 기동대를 전국적으로 창설할 예정이다. 1980년대의 ‘백골단’, 곧 사복 체포전담조와 비슷한 구실을 하게 될 경찰관 기동대가 시위현장에 투입되면 시위 진압은 더 거칠어지고 공격적이 될 것이다. 전·의경 제도가 여전히 그대로이니 경찰력 증강을 앞세운 정권과 국민의 대결은 더 날카로워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경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더 깊어지게 된다. 국가기관으로서의 정당성도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 경찰은 이미 이십여 년 전에 그런 일을 겪었다. 그 경험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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