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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27 20:17 수정 : 2008.07.27 20:17

사설

지난 주말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이 70여명의 경제인 사면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얼마 전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도 경제인 사면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런 흐름으로 보아 정부 수립 60돌이 되는 8월15일을 맞아 재벌 총수 등 경제인들에 대한 대대적인 사면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현행 사법체계를 무력화하는 것일 뿐 아니라 형평성 논란도 제기될 수 있는 만큼 재고해야 한다.

실정법을 어겨 사법부가 단죄한 범죄인에 대해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검찰과 사법부가 많은 예산과 노력을 들여 범죄행위를 적발하고 사법적 판단을 내린 데 대해 대통령이 정치적 고려에 따라 사면권을 행사하게 되면 사법체계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국민화합 등 아주 특수한 경우에만 최소한의 범위에서 행사돼야 한다.

경제인들에 대한 사면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사법 불신이 남아 있다. 특히 재벌 회장이나 경영진 등에 대한 처벌은 그 범죄 행위에 비해 대단히 미약하다. 반면 노동자 등 일반 경제사범들에 대한 처벌은 가혹하리만큼 엄격하다. 그런 마당에 재벌 총수 등에 대한 형이 확정돼 죗값을 제대로 치르기도 전에 이들을 사면·복권시킨다면 누가 법과 질서를 지키려 하겠는가.

사면을 요청하는 이유도 적절치 못하다. 경제단체 등은 경제인 사면을 요청할 때마다 이들의 경제적 기여도와 국민통합을 내세운다. 이들의 경제적 공헌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명백히 실정법을 어김으로써 시장경제 질서를 어지럽힌 중대한 경제사범이다.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 이들의 범죄는 다른 일반 형사범죄보다 엄중하게 다뤄야 한다. 국민통합을 위해서라는 말도 어불성설이다. 죄 지은 사람이 죗값을 치르기도 전에 풀려나는 사회가 어떻게 통합이 되겠는가. 오히려 사회계층간 불신의 골만 깊어지고, 사회 분열은 더 심해진다.

노무현 정부 때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을 ‘법치주의 파괴’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그런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가 또다시 사면권을 남용해 비리 경제인들을 대대적으로 풀어주려 하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다.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비리 기업인 프렌들리’는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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