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28 21:27
수정 : 2008.07.28 21:27
사설
엄연히 한국 땅인 독도를 두고 이어지는 논란의 가장 큰 책임은 우리 정부에 있다. 일본이 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막지 못했고, 일본 주장의 허구성을 파헤치는 국제적 노력도 취약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독도 문제의 본질을 모를 리 없는 미국의 최근 행태는 진의가 과연 무엇인지 의심하게 만든다.
미국 연방기관인 지명위원회는 지난주 독도 표기를 ‘한국령’에서 ‘주권 미지정’으로 갑자기 바꾼 데 대해 “정부 정책에 부합되도록 하기 위한 단순한 데이터베이스 정리 과정”이라고 밝혔다고 주미 한국대사가 전했다. 말 그대로라면 독도와 관련된 미국 정부 견해는 사실상 영토 분쟁지역을 뜻하는 ‘주권 미지정’이라는 얘기다. 미국 지명위원회는 1977년부터 독도 대신 ‘리앙쿠르 록스’라는 이른바 ‘중립적’ 용어를 사용해 왔다. 우리 정부가 수십년 이를 그대로 방치한 것은 큰 잘못이다. 하지만 중립적 표기와 영유권은 완전히 다른 문제로, 이번 조처가 단순한 데이터베이스 정리 과정이 될 수는 없다.
앞서 미국 국무부의 독도 관련 언급도 이번 조처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4일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 교과서 해설서와 관련해 논평을 요구받자 “독도 문제는 양국의 오랜 영토 분쟁과 관련된 것”이라며 “3년 정도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다. 미국 정부 안에서 독도 영유권과 관련해 어떤 판단이 있었기에 동맹국인 한국과 아무런 협의도 없이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지 미국은 상세하게 해명할 필요가 있다. 부적절한 판단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함은 물론이다.
한국인들은 미국이 과거에도 독도 문제에서 모호한 태도를 취한 것을 기억한다. 2차대전 패전국인 일본은 1952년 발효한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따라 주권을 회복했다. 이 조약에 따라 일본이 모든 권리를 포기하는 섬 가운데 애초 독도가 들어 있었으나 미국은 결국 조약에서 독도를 명시하지 않았다. 이후 일본이 영유권 도발을 할 빌미를 준 셈이다. 한국인들은 미국의 이번 조처가 과거 이런 태도의 연장선에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한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도발은 과거 제국주의 침략 역사를 합리화하려는 시도와 맥락을 같이한다. 미국은 일본의 이런 의도에 동조하는 독도 관련 표기나 언급으로 불필요한 한-미 갈등 요인을 만들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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