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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29 20:28 수정 : 2008.07.29 20:28

사설

검찰이 어제 중간 수사결과 발표 형식을 빌려 <문화방송> ‘피디수첩’에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 보도와 관련한 해명을 요구하는 공개질의서를 냈다. 검찰은 피디수첩이 사실을 왜곡했다는 결론을 내렸음을 숨기지 않았다. 자체적으로 재구성했다는 취재원본 파일도 그 근거라며 내놓았다.

검찰의 이런 행태는 참으로 황당하고 괴이하다. 핵심 수사대상에 대한 조사도 없이 앞서 결론을 내리고 이를 공개한 것부터가 선입견에 따른 판단이라는 법률적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직접 증거나 당사자 진술도 없는 상태에서 검찰이 제 스스로 만든 자료를 주요 증거인 양 공개한 것도 낯뜨겁다. 공개적으로 떠들썩하게 질의서를 발표한 것은 수사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정치적 압박으로 비친다. 여러모로 법률가 집단인 검찰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지 않아도 지금 한나라당은 국회 쇠고기 협상 국정조사의 초점을, 잘못된 협상의 실태 규명 대신 피디수첩 보도를 따지는 쪽으로 바꾸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수구언론도 이에 합세해 피디수첩 보도를 쇠고기 논란의 배후로 몰려는 집요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그런 때에 나온 검찰의 이번 발표는 정치적 목적을 의심받기 꼭 알맞다.

검찰 발표 내용을 봐도 대부분 정부나 수구언론의 주장과 같다. 몇몇 번역 오류나 다른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은 표현을 문제 삼고 있지만, 미국산 쇠고기에 광우병 위험이 있다는 피디수첩의 문제 제기 자체를 흔들 정도는 아니다. 그런 위험이 있었기에 정부가 추가협상에 나선 게 아닌가.

위험을 경고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언론의 본분이기도 하다. 그런 위험을 최소화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책임은 정부에 있다. 본분을 다한 언론에 되레 보도 내용을 낱낱이 입증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온갖 정보와 함께 검찰권이라는 칼을 쥔 정권의 억지다.

애초 이번 수사는 검찰이 나설 일이 아니었다. 설령 보도내용에 잘못이 있더라도 언론 테두리에서 스스로 따져 바로잡을 일이다. 언론 보도에 검찰권을 들이대면 국가 검열로 이어지고, 헌법상의 언론·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 이번 수사만 하더라도 뚜렷한 법적 처벌 근거 없이 논란의 당사자인 정부 쪽 요구로 시작됐다. 그런 명분 없는 청부수사의 결과가 지금 같은 ‘네 죄를 네가 알렷다’ 식의 퇴행적 모습이다. 검찰은 이제 부끄러움까지 잊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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