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29 20:30
수정 : 2008.07.29 20:30
사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종부세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그는 국회 답변에서 “조세정책은 재정 수입과 소득 재분배 등 고유한 기능으로 써야지, 부동산 투기억제 등의 목적으로 쓰면 고유한 기능이 훼손되고 국가의 정책과 권위를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부담의 경중이 아니라 세제 자체를 겨냥한 것이다.
종부세가 도입된 2005년 서울 강남권 일부 주민들이 종부세 취소 소송을 냈을 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법원은 “종부세는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부담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 가격 안정을 도모해 지방재정의 균형적인 발전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정당성을 부여했다.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종부세를 도입한 취지도 바로 그러하다. 그럼에도 종부세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강 장관의 인식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장관이 아니라 종부세 취소 소송을 낸 지역주민들의 대표라는 생각마저 든다.
조세정의란 근로소득은 가볍게 과세하고, 불로소득에 대해서는 무겁게 세금을 물리는 것이다. 집값이 폭등해 엄청난 불로소득이 생겨도 과세를 못하는 바람에 조세형평이 이뤄지지 못하고 부동산 투기가 끊이지 않았다. 종부세는 투기억제 목적도 있지만 근원적으로 조세정의를 구현하고자 도입한 제도다. 조세정책의 고유기능에 부합한다. 그런 점을 도외시하고 마치 투기억제라는 설익은 방편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깎아내리는 것은 편의주의적 궤변이다.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은 한술 더 떠 종부세 과세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고 가구별 합산에서 사람별로 따로 계산해 세금을 매기자고 한다. 그렇게 되면 과세 대상이나 징세액은 지금의 10% 수준으로 줄어든다. 이 의원은 “9억원 정도 주택 보유자는 중산층 아닌가, 중산층에 대해 가혹한 세금은 곤란하다”고 하는데, 통계상으로 전혀 맞지 않는 아전인수식 주장이다.
한국개발연구원에서 집계한 결과, 중위소득의 50~150%(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에 해당하는 중산층은 2006년에 전체 가구의 58.5%, 상류층은 24%였다. 2007년 종부세 대상자 37만 가구는 전체 가구 중 2%로, 상류층 중에서도 상위에 속한다. 애매하게 중산층을 끌어들여 2%를 위한 정책을 강행하면 집값이 다시 불안해질 뿐만 아니라 조세정의도 허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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