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30 21:21
수정 : 2008.07.30 21:21
사설
일본은 도발하고 미국은 이를 묵인함으로써 사실상 도발을 부추긴다. 최근 며칠 사이에 확인된 독도 주권침탈 구도다. 독도 문제의 새로운 국면이다.
미국 국무부는 지명위원회가 독도 표기를 ‘주권 미지정’으로 바꾼 건 정부 정책을 반영한 것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수십 년 전부터 독도 주권에 관한 한국과 일본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표기 변화는 이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지명위원회가 수십년이나 독도를 ‘한국령’으로 표기한 사실과 정면으로 어긋난다. 미국의 진의를 파악할 열쇠는 “독도 문제에 대한 관심이 …(표기 변화) 계기를 촉발시켰다”는 대목에 있다. 지금까지는 적어도 한국의 실효적 독도 지배를 인정했으나, 최근 일본의 교과서 해설서 도발 등을 계기로 일본 쪽으로 돌아섰다는 고백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의 독도 주권 주장을 같은 차원에 놓는 태도는 반역사적이고 무책임하다. 미국은 2차대전이 끝난 뒤 독도가 고유의 한국 영토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독도 영유권 문제에서는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일본 제국주의의 과거 영토 침탈을 모두 부정할 경우 자신에게도 부정적 영향이 미칠까 우려해서다. 미국은 그럼으로써 2차대전에서 함께 일본에 맞서 싸운 한국인들에게 큰 잘못을 저질렀다. 미국이 이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독도 주권 미지정이 미국의 오랜 정책이라고 말하는 것은 계속 불의의 편에 서겠다는 선언과 같다.
많은 한국인은 미국이 억지 주장을 하는 일본을 도와주기 위해 한국을 가볍게 여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이제 일본의 독도 도발뿐만 아니라 미국의 도발 묵인에도 철저하게 대응해야 할 상황이 됐다. 앞으로도 독도가 엄연한 한국 땅이라는 사실이 바뀔 수는 없겠지만, 이대로 간다면 한-일 및 한-미 관계에서 갈등 요인이 더 많아질 것이다. 미국은 정말 이런 상황을 바라는가.
현실적인 해법은 미국이 독도 표기를 이전으로 되돌리고, 오직 역사적 진실에 근거해 독도 영유권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다. 미국은 다음주 서울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런 태도를 분명하게 보여주길 바란다. 독도 문제와 관련해 지금 일본을 향하고 있는 한국인의 거센 분노가 일부라도 미국 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은 미국인들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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