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30 21:22
수정 : 2008.07.30 21:22
사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역대로 가장 힘이 세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가까워 실세로 분류되는데다 당 대표가 원외여서 사실상 여당의 최고 실력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대 국회의 원만한 운영 여부가 상당 부분 그의 손에 달린 셈이다.
안타깝게도 홍 대표의 최근 행보는 정치의 활성화보다는 퇴보에 이바지하고 있다. 그저께 원내대책회의에서 최근 언론 사태에 대한 검찰의 강경대응을 주문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홍 대표는 “소환에 불응한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의 체포영장을 왜 발부하지 않느냐”, “문화방송 피디수첩은 왜 압수수색하지 않느냐”고 다그쳤다. 또 “공권력 집행하는 사람들이 여론 눈치 보고, 방송 눈치 보고 있다”며 “검찰이 뭐 하는 집단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 원내대표가 특정한 사건을 두고 검찰에 이래라저래라 구체적으로 말하는 자체부터 매우 부적절하다. 정치적 압력이자 월권행위다. 한국방송이나 피디수첩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방송을 장악하고 비판언론을 옥죄려는 목적에서 이뤄지는 ‘청부 수사’, ‘정치 수사’라는 것을 검사 출신인 홍 대표가 모를 리 없다. 훈수를 굳이 할 거라면 ‘무리한 수사를 당장 중단하라’고 말해야 한다. 그것이 행정부의 잘못된 독주를 견제하는 여당 원내대표 본연의 일이기도 하다.
원 구성 등 원내 문제를 다루는 홍 대표의 태도 역시 독선적이고 일방통행식이다. 얼마 전 법안 자동 상정제 주장에 이어 그저께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원 구성에 관한 조정권을 요청한 게 대표적이다. 야당과 원 구성 협상이 계속 늦어지면 여당 단독으로라도 상임위 배정 등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여당 원내대표로서 답답한 심정을 짐작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정치를 풀어가는 방식치고는 너무 단순하다. 그렇게 압박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야당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정국을 더 꼬이게 할 뿐이다. 야당 시절 한나라당도 그러지 않았는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야당과 대화하고 설득하는 게 빠르다. 그것이 바로 참된 정치력이다. 여당 원내대표가 검찰을 내세워 공안정국을 부추기는 것은 정치를 포기하는 일이다. 또 다수를 앞세워 여당의 일방 정치를 추구하면 민주주의는 질식된다. 홍 대표는 원내대표 당선 직후 “대화와 타협의 즐거운 정치”를 약속한 초심을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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