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31 03:25
수정 : 2008.07.31 03:25
[사설]
공정택 후보가 당선됐다. ‘리틀 이명박’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 정권의 교육시장화 정책, 경쟁주의 교육정책을 앞장서 추진했던 인물이다. 그는 서울시 교육감으로 있으면서 신분제적인 빈부 분리교육을 조장하고, 교육을 통해 부와 신분의 대물림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동안 촛불의 악몽에 시달렸던 이 정권으로서는 내심 쾌재를 부를지 모른다. 일단 이명박 교육정책의 승리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청와대 교육문화과학 수석을 경질할 정도로 수세에 몰렸던 정부는 기존의 교육시장화 정책, 경쟁지상주의 교육정책을 공세적으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그렇게 쾌재를 부를 만한 상황은 아니다. 압도적 다수는 침묵으로 선거를 외면했다. 선관위나 언론이 나름대로 상당한 홍보를 했음에도, 투표율은 역대 최저 수준인 15.4%에 불과했으니 대표성 논란은 피하기 힘들다. 게다가 그는 선거기간 내내 교육 수장으로서 품격을 버리고, 선거를 보수와 진보, 전교조와 반 전교조 등 이념 대결로 몰아갔다. 이에 따라 아이들을 어떻게 기르고 가르칠 것인지의 문제는 선거에서 사라지고, 이념적 편가르기만 남았다. 하지만 이런 선거전략은 주효해, 그는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부유층 지역에서 몰표를 받았다. 그의 승리는 보수, 부유층 결집의 결과였다. 때문에 그는 선거에서 이겼지만, 계층간 골을 깊게 하고, 갈등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뿐만 아니라 교육을 통해 사회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적 통합을 유도해야 할 사람이 양극화와 충돌을 조장하는 선봉장 구실을 했다.
공 당선자는 승리의 샴페인을 터뜨리기에 앞서 이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그가 추구해온 교육시장화 정책, 경쟁지상주의 정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꼼꼼히 돌아봐야 한다. 그가 추구하는 경쟁 지상주의 정책은 이미 사교육비를 폭증시켰고, 공교육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으며, 아이들을 감옥과도 같은 입시경쟁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런 경쟁교육은 당장 영어 수학 시험성적은 올릴지 모르지만, 창조적 인재, 전인격의 인간을 기르는 교육은 포기해야 한다. 21세기 지식사회에 어울리는 인재도 양성할 수 없다. 공 교육감은 부디 교육자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 가진자를 위한 교육이 아니라, 약자를 부축하고, 아이들의 잠재력을 살리는 정책을 실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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